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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704] 북한 골프에서 왜 '로스트볼'을 '낡은 공알'이라 말할까

2026-02-23 06:44:53

평양골프장을 홍보하는 북한 잡지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평양골프장을 홍보하는 북한 잡지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골프에서 가장 허망한 순간은 친 공이 사라질 때다. 티샷이 시원하게 날아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가보면 보이지 않는다. 이때 선언되는 것이 ‘로스트볼(lost ball)’이다. 말 그대로 ‘잃어버린 공’이다. 한자어로는 ‘분실구(紛失球)라고 부른다.

‘lost’는 고대 영어 'losian’에서 유래한 동사 ‘lose’의 과거분사로 ‘잃어버린’이라는 뜻이다. ‘ball’은 고대 노르드어 ‘bollr’에서 비롯된 말로, 둥근 물체를 의미한다. 이 표현은 18~19세기 근대 골프 규칙이 정립되던 시기에 등장했다. 특히 The R&A가 주도해 성문화한 초기 골프 규칙에서 ‘공을 찾지 못한 경우(previous stroke를 취소하고 다시 친다)’는 조항이 명문화되면서 ‘lost ball’이라는 용어가 공식화됐다. 이후 United States Golf Association 역시 동일한 표현을 사용하면서 국제 표준 용어로 굳어졌다.

로스트볼은 골프에서 두 가지 뜻이 있다. 순수하게 흠집이나 줄 표시가 있는 공으로, 가격이 저렴해 연습용 공으로 사용하거나 초보자가 사용한다. 골프장 인근이나 워터 해저드 속에 빠진 공을 수거해 판매하는 것으로 물과 햇볕에 노출돼 탄성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골프 규칙 용어로 로스트볼은 정상적인 플레이 도중 공이 없어진 경우를 말한다. 경기자와 동반자, 캐디 등이 볼을 찾기 시작해 3분이내에 발견하지 못했거나 자기 공을 확인하지 못할 때, 경기자가 교체된 공을 스트로크했을 때, 1벌타를 적용한다. 원래의 공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장소보다 홀에 더 가까운 지점에서 잠정구를 플레이할 때 로스트볼로 간주한다. 로스트볼 규정을 만든 것은 골프장이나 골프 대회에서 볼을 찾는데 시간적으로 지체하면 운영에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볼을 찾는데 3분이내라는 시간 제한을 둔 이유이다. 2019년 이전에는 5분으로 했다가 3분으로 줄여 앞당겼다. 빠른 플레이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본 코너 113회 ‘왜 ‘로스트볼(Lost Ball)’이라 말할까‘ 참조)
우리나라 언론은 1970년대부터 로스트볼이라는 말을 본격적으로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매일경제신문 1971년 10월19일 ‘골프’ 기사에서 ‘안개 속을 헤치며 라운딩하는 골퍼들은 간혹 ’로스트볼‘이 생겨도 ’안개속 라운드‘의 별미를 만끽하느라 유유자적’이라고 전했다.

북한에선 로스트볼을 음역하지 않고 ‘낡은 공알’이라 부른다. 북한식 표현은 ‘분실’이라는 과정보다 ‘낡았다’는 상태에 초점을 두고 나온 말이다. ‘공알’은 ‘공’을 강조하는 북한식 표현이며, 여기에 상태를 설명하는 형용사 ‘낡은’을 붙여 ‘낡아서 새것이 아닌 공’이라는 뜻을 만든 것이다. (본 코너 1703회 '북한 골프에서 왜 '볼'을 '공알'이라 말할까' 참조)

로스트볼을 낡은 공알이라 부르는 일은 단순한 번역 문제가 아니다. 같은 스포츠를 하더라도, 무엇을 중심 의미로 보느냐에 따라 단어가 달라진다. 영어권은 ‘잃어버림(lost)’이라는 사건을, 북한식 표현은 ‘낡음’이라는 상태를 택했다.

국제 골프 규칙은 The R&A와 United States Golf Association가 관장한다. 북한도 국제 대회에 참가할 경우 이 규칙 체계를 따른다. 다만 일상적 표현이나 내부 교재에서는 외래어를 순화해 쓰는 경향이 강하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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