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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705] 북한 골프에서 왜 '퍼터'를 '속살 쑤시개'라 말할까

2026-02-24 04:46:46

평양골프장에서 퍼트를 하는 골프 애호가 [사진=조선중앙TV]
평양골프장에서 퍼트를 하는 골프 애호가 [사진=조선중앙TV]
골프 외래어 ‘퍼터’는 영어 ‘putter’를 음차한 말이다. 그린 위에서 공을 홀에 넣을 때 사용하는 채이다. 골프 클럽 가운데 가장 짧다. 퍼터는 ‘가볍게 밀어 치다’라는 뜻인 영어 동사 ‘putt’에서 왔다. 이 말의 어원은 18세기 스코틀랜드 방언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골프가 제도화된 이후, 18세기 중반 규칙을 제정한 The Royal and Ancient Golf Club of St Andrews(R&A)의 문헌에도 putt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영어에서 동사 뒤에 ‘-er’를 붙이면 ‘그 행위를 하는 사람이나 도구’를 뜻한다. 퍼터는 퍼트를 하는 도구라는 뜻으로 사용됐다. 퍼터는 골프의 탄생지 언어에서 비롯된 순수 골프 용어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영어 putter가 일본식 발음 ‘パター, 파타-’을 거쳐 퍼터로 정착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1920~30년대 동아일보·조선일보 등에는 이미 ‘퍼트’, ‘퍼팅’, ‘퍼터’와 같은 표현이 등장한다. 당시에는 ‘퍼-트’, ‘퍼-타’, ‘퍼터’등 표기가 혼재했으나, 해방 이후 표준어 정비 과정에서 퍼터로 굳어졌다.

북한에서는 퍼터를 ‘속살 쑤시개’라고 부른다. ‘속살’은 겉이 아닌 안쪽, 즉 목표 지점의 내부를 뜻한다. 골프에서는 홀컵 안을 가리키는 상징적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쑤시개’는 무엇인가를 찌르거나 쑤시는 도구를 의미한다. 이 말은 공을 홀 속으로 밀어 넣는 도구라는 의미를 직설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퍼터의 기능을 설명적으로 풀어낸 셈이다.
속살 쑤시개는 처음 들으면 투박하고 낯설다. 하지만 곱씹어 보면 이보다 더 직설적인 표현도 없다. 홀컵의 ‘속살’을 향해 공을 밀어 넣는 도구, 곧 쑤셔 넣는 막대기라는 뜻이다. 기능을 그대로 드러낸 이름이다.

북한의 체육 용어에는 이런 특징이 두드러진다. 외래어를 음차하기보다 기능 중심으로 풀어 쓴다. 북한에선 ‘퍼트’를 ‘마감치기’라고 부른다. 한 홀의 경기를 끝내는 마무리 동작이라는 점에서 ‘마감’이라는 단어가 붙는다. 그리고 골프에서 타격 행위를 통칭하는 표현이 ‘치기’이니, 자연스럽게 ‘마감치기’가 된다. 낯선 외래어 대신 의미가 드러나는 우리말을 택한 셈이다. ‘티샷’은 ‘첫치기’가 되고, ‘퍼트’는 ‘마감치기’가 되는 것이다. (본 코너 1693회 ‘북한 골프에서 왜 '티샷'을 '첫치기'라고 말할까’, 1694회 ‘북한 골프에서 왜 '퍼트'를 '마감치기'라고 말할까’ 참조)
퍼터라는 말은 세련되고 간결하다. 하지만 의미를 설명하지 않으면 초심자에게는 막연하다. 반면 ‘속살 쑤시개’는 듣는 즉시 장면이 떠오른다. 공이 구르다 홀컵 안으로 사라지는 장면, 마지막 한 번의 밀침이라는 형상이 연상된다. 언어는 이렇게 이미지를 만든다.

남한의 용어는 국제 규칙과 호흡을 맞추며 세계 골프 문화와 연결된다. 북한의 용어는 생활 언어로 풀어내며 자국의 언어 체계 안에 골프를 끌어들인다. 그 차이는 단순한 번역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의 차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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