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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546] 근대5종에서 왜 ‘레이저런(Laser-Run)’이라 말할까

2025-09-16 05:42:24

 2024 파리 올림픽 근대5종 여자 개인전에서 사상 첫 동메달을 획득한 성승민이 레이저런 경기를 하는 모습
2024 파리 올림픽 근대5종 여자 개인전에서 사상 첫 동메달을 획득한 성승민이 레이저런 경기를 하는 모습
근대5종에서 ‘레이저런(Laser-Run)’은 레이저 권총 사격과 달리기를 결합한 최종 결승 경기이다. 레이저런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실탄 대신 레이저를 쓰고, 달리기를 하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Laser’는 일반 명사가 아니라, 영어 과학 용어 ‘Light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 약자이다. 일종의 두문자어(acronym)이다. 특정한 방식으로 증폭된 빛이라는 뜻이다. 이 용어는 1917년 아인슈타인이 ‘유도 방출(Stimulated Emission)’ 이론을 제안한 뒤 이를 응용해 1960년 시어도어 메이먼이 최초의 루비 레이저를 개발하면서 학계·산업계에서 통용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철저히 대문자(LASER)로 쓰였지만, 점차 일상어로 굳어져 ‘laser’라는 보통명사처럼 쓰이게 됐다. 영어뿐 아니라 한국어 ‘레이저’, 일본어 ‘レーザー’, 프랑스어 ‘laser’ 등 여러 언어로 차용됐다. 스포츠(근대5종의 Laser-Run), 의학(레이저 수술), 엔터테인먼트(레이저 쇼) 등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Run’ 어원은 흐르다, 달리다라는 뜻을 가진 인도유럽어 어간 ‘(e)ri-’, ‘re(i)-’에서 유래했다. 고대 게르만어 ‘rinnaną’을 거쳐 고대 영어 ‘rinnan’, ‘irnan’, ‘yrnan’ 등으로 차용된 뒤 현대 영어로 쓰이게 됐다. 스포츠 용어로는 1800년대 중반 이후 본래의 달리기라는 의미와 함께 미국 야구에서 ‘run’은 점수를 뜻하는 용어로 사용했다. 야구에서 점수를 영어로 (run)’이라고 하는 이유는 달려서 점수를 내는 방식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미국 야구백과사전에 따르면 18,19세기 초창기 야구는 외야에 별도의 펜스를 설치하지 않아 재빠른 베이스 러닝을 해야 점수를 올릴 수 있었다. (본 코너 139회 ‘왜 야구에서 ‘런(Run)’을 ‘득점’이라고 말할까‘ 참조)
근대5종에서 레이저런은 사격과 달리기를 결합한 복합종목이다. 800m 달리기를 4번(총 3200m) 반복하면서, 각 구간 시작 시 레이저 권총으로 10m 거리 전자 표적에 5발 명중해야 출발할 수 있다. 펜싱, 수영, 승마 성적을 반영해 ‘추격 출발’을 하며, 결국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한 선수가 금메달을 차지한다. (본 코너 1545회 ‘근대5종에서 왜 ‘승자 결승점’이라는 말을 쓸까‘ 참조)

원래 근대5종에선 권총 사격을 실탄으로 했다. 하지만 안전성·환경 문제(총기 위험성, 탄환 사용, 소음 등) 때문에 ‘레이저 권총(laser pistol)’을 사용하게 됐다. ‘사격(shooting)’ 대신 ‘레이저(laser)’라는 명칭이 붙게 된 것이다. 2009년 세계선수권부터 사격과 크로스컨트리 달리기를 번갈아 하는 ‘Combined Event’로 바뀌었는데, 2015년 국제근대5종연맹(UIPM)이 이를 공식 명칭으로 ‘Laser-Run’이라 명명했다. 사격을 ‘레이저’ 총으로, 달리기를 ‘Run’으로 표현한 합성어로 만든 것이다. ‘Laser’는 첨단·정확성·안전성을 의미하고, ‘Run’은 지구력·투지·추격전의 긴박감을 상징한다. 두 단어를 합쳐,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드러내려는 의도도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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