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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545] 근대5종에서 왜 ‘승자 결승점’이라는 말을 쓸까

2025-09-15 06:51:21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는 근대5종 국가대표 전웅태. [대한근대5종연맹 제공]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는 근대5종 국가대표 전웅태. [대한근대5종연맹 제공]
근대5종에서 레이저런 결승선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선수가 최종 우승자가 된다. 이를 ‘승자 결승점((勝者決勝點)’이라고 말한다. 본래 뜻은 결승점에 먼저 도착하는 사람이 승자라는 것이다. 이 단어는 영어 ‘First Across the Line Wins’을 한자어로 번역한 것이다. 일본 스포츠 용어에서 쓰던 ‘勝者決定点」(しょうしゃけっていてん, 승자결정점)’ 과 유사하다. 한국에서는 근대5종 규칙을 설명하면서 결승점에서 최종 승부가 난다는 점을 강조해 “승자결승점”이라는 표현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근대5종에서 이 말을 쓰는 것은 이 종목의 최종 승자 결정 방식이 육상 10종경기, 철인 3종 경기와 다르기 때문이다. 육상 10종·철인3종은 각 종목 점수를 합산하거나 기록을 단순 비교해 우승자를 가린다. (본 코너 1543회 ‘근대5종과 철인3종경기는 어떻게 다른가’, 1544회 ‘근대5종과 남자 10종 경기는 어떻게 다른가’ 참조)

하지만 근대5종은 마지막 종목인 레이저런(사격+달리기 결합) 에서 핸디캡 스타트 제도를 적용한다. 핸디캡 스타트는 펜싱·수영·승마 점수를 합산해 시간차로 출발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시간차를 반영해 달리기를 시작하기 때문에 마지막 결승선에 가장 먼저 들어온 선수가 곧바로 전체 경기의 최종 승자가 된다. 따로 복잡한 점수 계산 없이, 결승점에서의 1위가 최종 우승자라는 직관적 방식이다.
근대5종이 다른 종합경기보다 대중적 이해도가 높아진 이유는 승자결승점 때문이다. 이 제도가 도입된 것은 역사적 배경을 갖는다. 쿠베르댕이 제안해 만든 근대5종은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에서 처음 도입됐다.. 당시에는 각 종목을 점수화, 합산해 최종 우승자 결정 방식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1등을 해도 앞선 점수 차이가 크면 우승을 못 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관중 입장에서는 “누가 우승자인지 직관적으로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 따랐다.

국제근대5종연맹(UIPM)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초 TV 중계와 관중 흥미를 유도한다는 차원에서 경기 방식을 간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근대5종을 “올림픽 존속이 위태로운 종목”으로 꼽으면서, 더 직관적인 경기 방식을 요구했다.

2009년 사격과 크로스컨트리 달리기를 합쳐 ‘레이저런(Laser Run)’이 만들어졌다. 이때부터 핸디캡 스타트가 도입되어, 앞선 종목 점수를 시간차로 환산해 마지막 달리기 출발 시 적용하게됐다. 결과적으로, 마지막 결승선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선수가 전체 우승자로 확정되는 승자결승점 방식이 공식화되게 된 것이다.

2012년 런던 올림픽부터 이 방식이 본격적으로 적용됐다. 관중과 중계진이 쉽게 이해할 수 있어 반응이 좋았고, 근대5종의 올림픽 존속에도 기여했다. 이후 모든 국제대회에서 승자결승점 원칙이 표준 규칙으로 자리 잡았다. 승자결승점은 단순한 용어가 아니라, 근대5종이 관객 친화적인 스포츠로 살아남기 위해 택한 역사적 진화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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