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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마크는 ‘빌려주는 옷’이 아니라 ‘쟁취하는 훈장’이어야...미국 국적 한국계 메이저리거 '프리패스'에 밀린 토종들

2026-02-06 18:41:29

류지현 감독
류지현 감독
202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발표된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 명단은 묘한 허탈감을 남긴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역대 최다인 4명의 한국계 메이저리거를 포함시켰지만, 그 대가로 KBO 리그를 상징해온 토종 스타들이 명단에서 빠졌다. 성적이라는 명분 아래, 국가대표의 정체성과 자부심이 뒷전으로 밀린 선택은 아니었을까.

이번 논란의 핵심은 규정의 문제가 아니다. WBC 혈통 규정상 부모 중 한 명이 한국인이면 출전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한국 야구와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가다. 한국 야구의 시스템에서 성장하지도, KBO 리그의 흥행과 발전을 함께 짊어져본 경험도 없는 선수들이 메이저리거라는 이유 하나로 태극마크에 가장 먼저 다가가는 구조는 과연 공정한 경쟁이라 할 수 있는가.

그 사이, 리그 최고의 출루 머신 홍창기와 현역 최고 구위를 논하는 김택연은 탈락했다. 신예 배찬승도 제외됐다. 144경기라는 혹독한 대장정을 치르며 팬들과 호흡하고, 매 시즌 실력으로 증명해온 선수들이다. 기술위원회는 국제 경쟁력과 메이저리그 데이터를 근거로 들지만, 이는 언제부터인가 익숙해진 '미국 야구 중심 사고'의 반복처럼 보인다. KBO 리그에서의 성취가, MLB 소속이라는 간판 앞에서는 언제나 한 발 뒤로 밀린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다. 한때는 국제대회 성적이 곧 야구 인기의 바로미터였다. 그러나 도쿄 올림픽 노메달, 지난 WBC의 참패 속에서도 한국 야구는 사상 첫 1,2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팬들은 더 이상 단기전의 반짝 성과에만 매달리지 않는다. 내 팀, 내 선수가 흘린 땀과 서사에 더 크게 반응한다. 그런 팬들에게 '외부에서 수혈한 전력'으로 꾸려진 대표팀은 응원의 명분조차 흐릿하다.

단기전인 WBC에서 한국계 메이저리거들이 토종 선수들보다 반드시 더 잘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2023년 WBC에서 토미 에드먼의 사례는 이름값만으로 승리를 살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줬다. 그럼에도 KBO는 무려 4명이나 되는 미국 국적 한국계를 선택했다. 이는 스스로 KBO 리그의 가치를 낮추는 신호이자, 태극마크를 목표로 삼아온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갉아먹는 선택이다.

국가대표팀은 국제대회의 즉시 전력이 아니라, 한국 야구 생태계가 선수들에게 주는 가장 큰 보상이어야 한다. 태극마크는 필요할 때 '빌려 쓰는 옷'이 아니라, 치열한 경쟁과 시간의 증명을 통해 가슴에 다는 '쟁취의 훈장'이어야 한다.

1,200만 관중이 사랑하는 한국 야구의 자존심은 메이저리그의 화려한 커리어가 아니라, 이 땅에서 자라난 선수들이 만들어온 투혼과 신뢰에서 나온다. 기술위원회는 지금이라도 '성적 지상주의'와 '사대주의적 미련'에서 벗어나, 팬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우리 대표팀'의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묻고 답해야 한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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