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먼저 비보를 전한 것은 내야의 핵심이자 메이저리거인 김하성(애틀랜타)이었다. 비시즌 중 빙판길 낙상 사고라는 황당한 악재로 오른손 중지 힘줄이 파열되며 수술대에 올랐다. '하성(下城)'이라는 이름처럼 견고했던 대표팀의 수비 성벽이 대회 시작도 전에 무너져 내린 셈이다. 여기에 샌디에이고의 송성문마저 훈련 중 옆구리 내복사근 파열 진단을 받으며 내야의 '문(門)'마저 굳게 닫히고 말았다. 공수를 겸비한 메이저리거 두 명의 이탈은 류지현 감독의 계산기를 완전히 망가뜨렸다.
마운드의 상황은 더욱 처참하다. '코리안 몬스터'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기대를 모았던 문동주(한화)가 고질적인 어깨 통증 재발로 낙마한 데 이어, '푸른 피의 에이스' 원태인(삼성)마저 오른쪽 팔꿈치 굴곡근 손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문동주가 없으니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주'르륵 터진다는 탄식은 현실이 됐다. 원태인의 이탈은 단순한 투수 한 명의 공백을 넘어, 선발 로테이션 자체를 원점에서 다시 짜야 하는 '원'망스러운 '태'풍급 '인'저리(Injury)가 됐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160km 광속구' 마무리 라일리 오브라이언(세인트루이스)마저 왼쪽 종아리 통증을 호소하며 합류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오~' 또 '브(부)'상인가?
불과 보름 남짓한 기간 동안 핵심 전력 6명이 연쇄적으로 쓰러진 것은 한국 야구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비극이다. 류지현 감독의 '지현(智賢)' 즉, 지혜롭고 현명한 대처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지만, 부상이 나타나는 것(現)을 멈추게(止) 할 방법은 어디에도 없다.
결국 이번 WBC는 실력보다 '생존'이 우선인 대회가 됐다. 누가 더 잘하나가 아니라 누가 안 아프고 경기장에 서 있나'를 겨뤄야 하는 웃픈 상황이다. 마운드보다 병원 예약 명단을 먼저 살펴야 하는 가혹한 현실 속에서, 류지현호가 'WBI' 대표팀이라는 오명을 씻고 기적 같은 반전의 드라마를 쓸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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