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선 두 감독이 처한 환경은 공통적으로 '우승하지 못하면 죄악'인 수준의 압도적 전력을 갖추고 있다. 로버츠 감독의 다저스는 오타니 쇼헤이,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이라는 MVP 트리오에 블레이크 스넬 같은 사이영상 투수까지 보유한, 그야말로 지구방위대급 로스터를 자랑한다. 염경엽 감독 역시 류지현 감독 체제에서 이미 리그 최정상급으로 빌드업된 LG 트윈스의 두터운 뎁스를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홍창기, 박해민, 오스틴 강 등 타선의 짜임새와 탄탄한 불펜진은 누가 지휘봉을 잡아도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는 구성이었다.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는 이들은 두 감독의 성공이 전임자들이 땀 흘려 일궈놓은 토양 위에서 거둔 '무혈입성'의 결과라고 지적한다. 다저스는 로버츠 부임 전부터 이미 지구 우승을 밥 먹듯 하던 팀이었고, LG 또한 수년간의 리빌딩을 통해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가 거의 없는 완성형 스쿼드를 구축해 놓은 상태였다. 즉, 두 감독은 전임자가 정성껏 차려놓은 9첩 반상에 마지막 숟가락을 얹었을 뿐이며, 시스템이 알아서 돌아가는 강팀의 관성 덕분에 우승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는 논리다.
결국 '황금 밥상의 지휘자'와 '최고의 행운아'라는 두 얼굴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압도적인 전력을 지원받는 것은 감독에게 큰 축복이지만, 동시에 한 번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 가혹한 시험대이기도 하다. 로버츠와 염경엽, 두 감독은 각기 다른 리그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우승 후보 0순위' 팀의 수장으로서 겪는 숙명적인 비판과 찬사를 동시에 짊어지고 있다. 2025년 나란히 정상에 선 두 감독이 2026년 어떤 성적을 내느냐에 따라 이들을 향한 평가는 '운 좋은 관리자'에서 '왕조를 구축한 명장'으로 완전히 굳어질지 결정될 것이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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