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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741] 북한에서 왜 '릴리즈'를 '놓기'라고 말할까

2026-04-01 06:04:39

2024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54㎏급 준결승에서 북한 방철미가 중국 창위안을 상대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4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54㎏급 준결승에서 북한 방철미가 중국 창위안을 상대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릴리즈’는 영어 ‘release’를 음차한 말이다. ‘다시 느슨하게 하다’ ‘놓다’는게 사전적 정의이다. 골프, 농구, 유도, 복싱 등에서 손에서 뭔가를 놓을 때 쓰는 표현이다. release 어원은 라틴어 ‘relaxare’이다. 이 말은 ‘다시’를 의미하는 접두사 ‘re’와 ‘느슨하게 하다’는 의미인 ‘laxare’가 합해진 것인데, 고대 프랑스어 ‘relaisser’ ‘relesser’를 거쳐 영어로 넘어왔다.

우리나라에선 영어 용어가 일상적으로 쓰이게 시작하게 된 1960년대부터 릴리즈라는 말을 사용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77년 1월18일자 ‘77년에 건다 「스포츠한국(韓国)」의유망주(有望株)들포부 ⑩ 양궁(洋弓) 황숙주(黃淑珠)’ 기사는 ‘황(黄)양은 친구들로부터「곰」이라 불린다.활줄을 릴리즈(방사(放射))하다 왼손목 근처를 맞아 몇달을 앓았고집안사정등으로 활과 멀어졌던 황(黄)양이 다시 훈련에열중하자 당시 유행했던「쓰러져도 다시일어나는…나는 곰이다」란 TV극 주제가에서 따내 단짝친구가붙여줬단다’고 전했다. 당시 기사에는 ‘릴리즈(방사(放射))’라고 병기됐는데, 이미 체육 현장에서 릴리즈라는 말을 쓰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설명 없이 단독으로 쓰지 않고 괄호로 ‘방사’를 붙여 설명한 이유는 용어는 있었지만 아직 대중적으로 익숙하지 않았던 때문으로 분석된다.

북한에선 릴리즈를 ‘놓기’라고 부른다. 놓기는 별도의 설명 없이도 동작의 본질을 즉각적으로 전달하는 표현이다. 놓기라는 말은 하나의 특징이 있다. 그것은 행위 중심적 사고다. 릴리즈가 비교적 추상적인 개념어라면, 놓기는 실제 동작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구체성을 지닌다. 이는 선수 교육이나 대중 이해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다. 즉, 북한식 용어는 단순히 외래어를 대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의미 전달의 즉시성과 실용성을 동시에 추구한다.
북한 스포츠 용어에서 외래어를 순화하는 경향은 단순한 언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체제의 언어관과 문화 정책이 반영된 결과다. 특히 일본어와 영어 등 외래 요소를 배제하고 민족어를 정제하는 데 큰 비중을 둔다.

릴리즈를 놓기로 바꾼 것은 언어 순화 정책, 직관적 의미 전달, 그리고 스포츠의 자국화라는 세 가지 요소가 결합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사례는 북한 스포츠 용어 전반을 이해하는 하나의 단서가 되며, 언어가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을 넘어 문화와 이념을 반영하는 중요한 매개임을 보여준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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