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 탁구 혼합복식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한국 임종훈, 신유빈과 은메달을 차지한 북한 리정식, 김금용 등이 시상대에서 기념촬영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4060707370035605e8e9410871751248331.jpg&nmt=19)
인터넷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선수’라는 말이 딱 한 번 검색된다. 순종실록부록14권, 순종 16년(1923년 일본 대정(大正) 12년) 5월 21일 양력 기사에 ‘옥돌장(玉突場)에 나아가 당구 선수(撞毬選手) 모리자키 쿠라지로〔森崎庫次郞〕 등의 당구(撞毬)를 관람하였다. 그리고 술과 안주 비용으로 일금 55원(圓)과 물품을 차등 있게 내려주었다’고 적혀 있다. 이 기사에 ‘당구 선수’라는 말이 쓰인 것은 일본의 영향 때문이었다. 1870년대 이후 메이지 시대, 일본의 계몽 사상가들은 서양에서 본격적으로 스포츠가 도입되면서 스포츠에 참가한 사람들을 어떻게 불러야 할 지 고민을 했다. 한자의 의미를 가미시켜 적절한 말을 찾은 게 선수라는 말이었다. (본 코너 14회 ‘‘선수(選手)’에 ‘손 수(手)’자가 들어간 까닭은‘ 참조)
보통 우리나라 중계방송에선 ‘선수’라는 말을 이름 뒤에 많이 사용한다. 인기 스포츠 종목 중계를 보면 선수의 이름만을 사용하면 예의를 갖추지 않은 것으로 여긴 때문인듯 ‘ooo 선수’라고 소개한다. 신문 등 활자매체에서는 선수라는 말을 쓰지 않고 그대로 이름 석자만을 사용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북한은 외래어와 한자어 사용을 줄이고, 가능한 한 자국식 표현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려는 언어 정책을 유지해왔다. 선수 보다 더 설명적인 경기자로 대체한 것은 언어를 통해 체계성과 규범성을 강조하려는 의도와도 맞닿아 있다.
경기자라는 표현에는 개인의 화려함보다는 집단과 역할을 중시하는 시각도 담겨 있다. ‘스타 선수’라는 개념보다는 ‘경기에 참가하는 구성원’이라는 의미가 강조되면서, 개인보다 조직과 기능을 앞세우는 사회적 분위기가 언어에 반영된 것이다.
결국 경기자라는 표현은 단순한 단어 선택이 아니라, 북한식 언어관과 사회관을 동시에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명확하고 기능적인 표현을 중시하고, 외래어를 줄이며, 개인보다 역할을 강조하는 가치관이 이 한 단어 속에 응축되어 있는 셈이다. 북한에서 쓰는 일상의 작은 단어 차이를 들여다보는 일은 서로 다른 사회가 언어를 통해 어떤 세계를 그리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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