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선 조선시대부터 이 말을 썼다. 인터넷 조선왕조실록에서 포석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면 국역 1회, 원문 4회 등 5회 나온다.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하는 포석은 바둑 용어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적어도 포석이라는 단어 자체가 근대 일본 바둑계에서 새로 만들어진 말이 아니라 조선시대에도 사용되던 한자어였음을 보여준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1920-30년대 동아일보 등에서 바둑 용어로 포석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1937년 동아일보의 ‘천재와 노력의 싸움’ 기사에서 선수의 기풍을 설명하며 포석을 언급한 사례는, 적어도 1930년대에는 포석이 바둑계의 정착된 용어였음을 말해준다.
따라서 현재 자료만 놓고 보면 ‘포석은 조선시대부터 존재한 한자어이며, 적어도 1930년대에는 한국 바둑계의 정식 용어로 널리 쓰이고 있었다’는 정도가 가장 신중하고 정확한 결론이라고 볼 수 있다.
바둑에서 초반은 아직 전투가 본격화되지 않은 단계다. 이때 ‘기사(棋士)’들은 어느 한 곳에서 당장의 이득을 노리기보다, 판 전체를 바라보며 세력과 영향력을 배치한다. 마치 장수가 전쟁을 앞두고 병력을 전략적으로 배치하듯, 바둑 기사도 돌을 적재적소에 ‘펼쳐 놓는다’. 그래서 초반의 전략적 배치를 가리켜 ‘포석’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본 코너 1808회 ‘바둑 선수는 왜 ‘기사(棋士)’라고 부를까‘ 참조)
흥미로운 점은 이 용어가 단순한 기술 용어를 넘어 일상 언어로까지 확장되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우리는 정치, 경제, 경영, 스포츠 분야에서도 ‘미래를 위한 포석’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선거를 앞둔 인사 개편을 두고 포석이라 하고, 기업의 신사업 진출을 두고도 포석이라고 말한다. 당장의 성과보다 앞으로의 전개를 염두에 둔 준비와 배치라는 의미가 바둑에서 사회 전반으로 퍼져 나간 것이다.
실제로 포석은 바둑의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단계다. 초반에 놓인 몇 수는 눈에 보이는 집보다 앞으로의 가능성을 결정한다. 좋은 포석은 중반 전투의 발판이 되고, 나쁜 포석은 끝까지 부담으로 남는다. 그래서 프로 기사들은 ‘포석은 미래를 설계하는 작업’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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