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시 이세돌은 맞바둑(互先)으로 1승4패를 당하면서 바둑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이 대결은 단순한 승부를 넘어 인간과 기계가 처음으로 지적 영역에서 정면으로 맞붙은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많은 사람은 바둑만큼은 인간의 직관과 창의력이 지켜낼 마지막 보루라고 믿었지만 결과는 알파고가 이겼던 것이다.
알파고(AlphaGo)는 ‘Alpha’와 ‘Go’ 두 단어의 합성어이다. Alpha는 그리스 문자의 첫 글자인 ‘알파(α)’로 영어에서는 '최고', '선도하는', '첫 번째'라는 의미로도 자주 쓰인다. Go는 바둑의 영어 이름이다. 이 명칭은 일본어 '고(碁, ご)'에서 유래해 서양에 널리 퍼졌다. (본 코너 1801회 ‘왜 '바둑'이라 말할까’ 참조)
당시 사람들을 가장 놀라게 한 것은 승패가 아니었다. 알파고가 두는 바둑이었다. 기존 정석과 상식을 벗어난 수를 과감하게 선택했고, 전문가들조차 이해하지 못했던 수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최고의 수로 평가받았다.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78수'다. 프로기사들은 실수라고 여겼지만, 대국이 끝난 뒤에는 승리를 위한 치밀한 계산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인간이 수십 년 동안 쌓아온 바둑 이론이 새로운 시각 앞에서 다시 검토되기 시작한 것이다.
알파고 이후 바둑은 크게 달라졌다. 프로기사들은 인공지능과 함께 연구하며 정석을 새롭게 정립했고, 한때 금기처럼 여겨졌던 수들이 새로운 표준이 되었다. 바둑은 인간과 AI가 경쟁하는 시대를 넘어, 서로 배우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알파고가 던진 가장 큰 질문은 바둑이 아니었다. '인간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었다. 계산과 분석에서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앞설 수 있다. 알파고는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하고 스스로 수백만 번의 대국을 반복하며 강해졌다. 인간도 끊임없이 배우고 경험하며 성장한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중요한 것은 타고난 재능보다 배우려는 자세와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다.
이세돌 9단이 거둔 단 한 번의 승리도 오래 기억된다. 네 번째 대국에서 나온 78번째 수, 이른바 '신의 한 수'는 알파고가 예상하지 못한 창의적인 착점이었다. 그 한 수는 인간이 여전히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비록 대국에서는 패했지만, 그 한 판은 승패 이상의 가치를 남겼다.
오늘날 생성형 인공지능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까지 만든다. AI로 우리의 일상과 산업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AI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여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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