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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853] 바둑에서 왜 ‘소목(小目)’이라 말할까

2026-07-23 20:34:35

지난 21일 바둑 AI 카타고와의 제3국을 기다리는 신진서 [연합뉴스]
지난 21일 바둑 AI 카타고와의 제3국을 기다리는 신진서 [연합뉴스]
바둑 세계랭킹 1위 신진서는 지난 21일 바둑 AI 카타고와의 제3국에서 승리를 거두며 최종 전적 2승1패를 기록한 뒤 “2국과 똑같은 방식으로 이기고 싶지는 않아 ‘소목’을 택했다”며 “어느 순간부터 이 바둑은 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더 어려운 조건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신진서가 굳이 소목을 선택했다고 밝힌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날 AI 시대에도 소목은 여전히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화점이 현대 바둑의 주류로 자리 잡았지만, 소목은 오랜 세월 실리와 안정의 상징으로 사랑받아 온 착점이다. 이름은 '작은 눈'이지만, 그 안에는 바둑의 역사와 철학이 오롯이 담겨 있다. (본 코너 1852회 ‘바둑에서 왜 ‘화점(花點)’이라 말할까‘ 참조)

소목(小目)은 한자 그대로 '작은 눈'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목(目)'은 집을 이루는 '눈'을 뜻하는 동시에 귀의 기본 착점을 가리키는 전통 용어다. 소목이라는 명칭은 화점보다 낮고, 고목보다도 낮은 자리라는 특징을 반영해 붙은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소목(小目)이라는 용어는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부터 사용돼 왔다. 현재 확인되는 언론 기록 가운데 하나는 일제강점기인 1937년 7월 17일 자 동아일보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실린 '임염사십년전쟁(荏苒四十年戰爭)' 기사에는 "흑일(黑一)은 당국자의 취향이나 선번(先番)에 있어서는 고목(高目)보다 소목(小目)이 항례(恒例)이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당시 기사에는 한자와 국한문이 혼용됐지만, '고목'과 '소목'이라는 용어가 오늘날과 같은 의미로 사용된 점이 눈길을 끈다.

이는 소목이라는 명칭이 한국 바둑계에 최근 들어 생긴 용어가 아니라, 적어도 일제강점기에는 이미 널리 통용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소목은 일본어 '고모쿠(小目)'의 음독과 한자 표기가 함께 전해진 것으로 보이며, 그 뿌리는 중국의 전통 바둑 용어인 소목(小目)에 닿아 있다. 한국 역시 이를 한자어 그대로 받아들여 오늘날까지 사용하고 있다. 소목은 귀의 3선과 4선이 만나는 자리로, 화점보다 실리를 중시하면서도 이후 다양한 발전 가능성을 품은 균형의 착점으로 평가받는다.

신진서의 선택은 단순히 첫 수 하나를 바꾼 것이 아니었다. AI와의 승부에서 기존의 성공 공식을 반복하기보다 새로운 길을 택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래서 소목은 단순한 포석의 이름을 넘어, 안정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바둑의 철학을 상징하는 한 수로 읽힌다.

인공지능이 등장하면서 바둑의 가치관은 크게 변했다. 한때는 화점이 압도적인 인기를 얻으며 소목은 다소 뒤로 밀려나는 듯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AI 역시 소목을 상황에 따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절대적으로 좋은 자리도, 나쁜 자리도 없다. 전체 판세와 이후의 구상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AI는 오히려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이는 우리의 삶과도 닮아 있다. 우리는 종종 화려한 선택만이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꾸준히 기반을 다지고, 안정적인 토대를 마련하는 선택이 결국 더 큰 성과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많다. 소목은 눈에 띄지는 않지만 흔들리지 않는 출발을 상징한다.
초보자에게도 소목은 훌륭한 스승이다. 무리한 전투보다 집의 개념을 먼저 배우게 하고, 안정된 형태 속에서 공격과 수비의 균형을 익히게 한다. 프로기사에게는 수천 가지 변화가 담긴 연구의 출발점이고, 입문자에게는 바둑의 기본 원리를 체득하게 하는 교과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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