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 경기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9160647100404105e8e941087118222121234.jpg&nmt=19)
스키는 외래어로 영어 ‘ski’를 소리나는대로 쓴 단어이다. 사전적 정의는 눈 위를 지칠 때 신는, 가늘고 긴 관상의 용구 또는 스키를 신고 달리는 속도나 점프 능력을 겨루는 경기이다.
스키의 원래 뜻은 ‘나무 조각’에 가까웠다. 영어 ski는 같은 철자인 노르웨이어에서 들어왔고, 그 뿌리는 고대 노르드어로 ‘쪼개진 나무’, ‘나무토막’, 또는 눈 위를 이동하는 데 쓰는 긴 나무판을 가리켰다. 고대 노르드어는 ‘자르다, 쪼개다’라는 의미를 가진 인도유럽조어의 어근과 연결된다. 나무를 쪼개 얻은 판자나 조각을 가리키던 말이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눈 위에서 타는 나무판’이라는 구체적인 도구의 이름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오늘날 스키를 레저와 스포츠의 도구로 생각하지만, 눈이 많이 내리는 북유럽에서 스키는 오랫동안 생활에 필요한 이동 수단이었다. 눈에 발이 푹푹 빠지는 겨울에는 두 발에 긴 판자를 묶는 것만으로도 눈 위에서 이동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따라서 스키는 처음부터 ‘스포츠 장비’였다고 보기 어렵다. 그것은 추운 지역에서 살아가기 위한 생활의 기술이었다. 현대의 스키가 경기와 레저의 영역으로 발전한 것은 훨씬 뒤의 일이다.
실제로 영어에서 ski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도 비교적 최근이다. 어원 자료에 따르면 영어 명사 ski는 19세기에 정착했고, 초기에는 skee라는 표기도 사용됐다. ‘스키를 타다’라는 동사 역시 19세기 후반에 등장했다.
여기서 언어의 재미있는 특징 하나가 드러난다. 우리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스키 타다’라는 표현은 사실 언어적으로도 근대적인 조합이다. 노르웨이어에서는 영어의 ‘to ski’처럼 명사 ski를 그대로 동사로 만드는 방식보다는 ‘스키 위를 걷다’ 또는 ‘스키 위에 서다’에 해당하는 표현을 사용한다. 현대 노르웨이어에서도 ski라는 말이 반드시 스포츠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단어에는 종종 그 단어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의 세계가 숨어 있다. ‘자동차’라는 말에서는 ‘스스로 움직이는 수레’라는 개념을 읽을 수 있고, ‘전화’라는 말에서는 멀리 떨어진 사람에게 소리를 전달한다는 발상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스키’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의 스키는 탄소섬유와 첨단 소재로 만들어지고, 정교하게 설계된 바인딩과 부츠를 갖추며, 눈 덮인 슬로프에서 수십 킬로미터의 속도로 질주한다. 하지만 그 이름의 먼 조상을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쪼개진 나무 한 조각’을 만나게 된다. 어쩌면 이것이 어원의 매력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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