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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907] 왜 '스키(ski)'라고 말할까

2026-09-16 06:47:31

 스키 경기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스키 경기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눈 내리는 겨울이 오면 ‘스키’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스키장, 스키복, 스키 리조트, 스키 선수까지. 스키는 겨울을 대표하는 스포츠의 이름이다.

스키는 외래어로 영어 ‘ski’를 소리나는대로 쓴 단어이다. 사전적 정의는 눈 위를 지칠 때 신는, 가늘고 긴 관상의 용구 또는 스키를 신고 달리는 속도나 점프 능력을 겨루는 경기이다.

스키의 원래 뜻은 ‘나무 조각’에 가까웠다. 영어 ski는 같은 철자인 노르웨이어에서 들어왔고, 그 뿌리는 고대 노르드어로 ‘쪼개진 나무’, ‘나무토막’, 또는 눈 위를 이동하는 데 쓰는 긴 나무판을 가리켰다. 고대 노르드어는 ‘자르다, 쪼개다’라는 의미를 가진 인도유럽조어의 어근과 연결된다. 나무를 쪼개 얻은 판자나 조각을 가리키던 말이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눈 위에서 타는 나무판’이라는 구체적인 도구의 이름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우리나라 언론은 개화기를 거쳐 일제강점기때부터 스키라는 말을 본격적으로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24년 12월7일자 ‘일본(日本)『스키』회(會)와오대학탈퇴(五大學脫退)’ 기사는 ‘제삼회전일본(第三回全日本)『스키』대회(大會)는일본체육협회주최(日本體育協會主催)로내춘이월십사오양일간(來春二月十四五兩日間)에청삼현대악온계부근아사리산(靑森縣大鰐溫界附近阿舍利山)에서거행(擧行)할터이라는데예(例)의 분규문제(紛紏問題)로 조(早),경(慶),명(明),법(法),농(農)의오대학(五大學)은동대회(同大會)에서탈퇴(脫退)하고과반(過般)에설립(設立)된일본(日本)『웬터,스폿스』협회(協會)에서도버서나서관동학생(關東學生)『스키』연맹(聯盟)을조직(組織)할듯한다고 (청삼발(靑森發))’고 전했다. 기사에는 “제삼회 전일본 『스키』대회는 일본체육협회 주최로 내춘 2월 14·15 양일간…”이라며 일본에서 열릴 스키대회 소식을 소개했다. 이어 조선·경성·명치·법정·농업 등 일본의 5개 대학이 대회에서 탈퇴하고, 별도의 관동학생 ‘스키’연맹을 조직할 움직임이 있다는 내용도 전한다. 당시 신문 기사를 살펴보면 새로운 서양 스포츠와 함께 그 이름도 조선에 유입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오늘날 스키를 레저와 스포츠의 도구로 생각하지만, 눈이 많이 내리는 북유럽에서 스키는 오랫동안 생활에 필요한 이동 수단이었다. 눈에 발이 푹푹 빠지는 겨울에는 두 발에 긴 판자를 묶는 것만으로도 눈 위에서 이동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따라서 스키는 처음부터 ‘스포츠 장비’였다고 보기 어렵다. 그것은 추운 지역에서 살아가기 위한 생활의 기술이었다. 현대의 스키가 경기와 레저의 영역으로 발전한 것은 훨씬 뒤의 일이다.

실제로 영어에서 ski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도 비교적 최근이다. 어원 자료에 따르면 영어 명사 ski는 19세기에 정착했고, 초기에는 skee라는 표기도 사용됐다. ‘스키를 타다’라는 동사 역시 19세기 후반에 등장했다.
여기서 언어의 재미있는 특징 하나가 드러난다. 우리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스키 타다’라는 표현은 사실 언어적으로도 근대적인 조합이다. 노르웨이어에서는 영어의 ‘to ski’처럼 명사 ski를 그대로 동사로 만드는 방식보다는 ‘스키 위를 걷다’ 또는 ‘스키 위에 서다’에 해당하는 표현을 사용한다. 현대 노르웨이어에서도 ski라는 말이 반드시 스포츠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단어에는 종종 그 단어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의 세계가 숨어 있다. ‘자동차’라는 말에서는 ‘스스로 움직이는 수레’라는 개념을 읽을 수 있고, ‘전화’라는 말에서는 멀리 떨어진 사람에게 소리를 전달한다는 발상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스키’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의 스키는 탄소섬유와 첨단 소재로 만들어지고, 정교하게 설계된 바인딩과 부츠를 갖추며, 눈 덮인 슬로프에서 수십 킬로미터의 속도로 질주한다. 하지만 그 이름의 먼 조상을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쪼개진 나무 한 조각’을 만나게 된다. 어쩌면 이것이 어원의 매력인지도 모른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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