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상’이라는 한자어는 원래 스포츠를 위해 새로 만들어진 말은 아니다. 중국 고전에도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는 표현이 오래전부터 등장했다. ‘눈 위’를 뜻하는 일반적인 한자어가 근대 스포츠가 정착하면서 눈 위에서 열리는 종목을 통칭하는 스포츠 용어로 자리 잡은 것에 가깝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동계올림픽과 스키·스노보드 등의 동계스포츠가 발전하면서 ‘설상 종목’과 ‘빙상 종목’이라는 분류가 언론과 체육계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 언론은 개화기를 거쳐 일제강점기 때부터 설상이라는 말을 본격적으로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동아일보 1938년 1월15일자 ‘스키競技(경기)의 新種目(신종목)인 滑降(활강)·廻轉(회전)의 指導(지도)滑降練習法(활강연습법)의 要素(요소)(中(중))’ 기사에서 ‘그러면 雪上(설상)에서 서슬때부터의이競技練習法(경기연습법)을 적어보기로 하자 最初(최초)에 必要(필요)한것은 前述(전술)한바와같이 이種目(종목)은 技術(기술)이 그中心的勢力(중심적세력)을...’이라고 전했다. 이 기사는 1930년대 우리나라 언론에서 ‘설상(雪上)’이 스키 경기를 설명하는 스포츠 용어로 실제 사용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약 90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한자는 변하지 않았다. 다만 그동안 ‘설상’이라는 말이 담는 스포츠의 범위와 의미는 훨씬 넓어졌다. 1930년대 신문에서 스키 기술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했던 ‘설상’은 이제 스키점프와 알파인스키, 크로스컨트리, 스노보드, 바이애슬론 등 다양한 동계스포츠를 포괄하는 말이 됐다. 말 하나에도 스포츠의 역사가 담겨 있는 셈이다.
오늘날 사용하는 ‘설상 종목’이라는 말에는 한자문화권의 오래된 언어와 근대 스포츠의 유입, 일제강점기의 체육문화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스포츠 용어 하나를 따라가다 보면, 한국 체육사의 한 장면과 마주하게 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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