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두 글자가 현재 나의 심정이다. 지금껏 골프를 하면서 이렇게 낙담했던 적이 있던가. 내 기억에는 없다. 모든 게 헝클어졌다. 마음도 그렇고, 스윙도 그렇다. 엉킨 실타래를 풀어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그래서 답답하다. 막연함은 나를 더욱 옥죄고 있다.
지난주 경기도 여주 360도 골프장에서 열린 넵스 헤리티지 2015 대회. 첫날 아웃오브바운스(OB)가 4개나 나왔다. 스코어는 7오버파 78타. 둘째 날에도 OB 1개를 냈다. 3오버파를 쳐 합계 11오버파로 컷 탈락했다.

벙커샷 ‘트라우마’ 3번홀 악몽의 시작
우선 복기를 해 본다. 첫날 3번홀(파5)이 비극의 출발점이다. 드라이버를 페어웨이에 잘 날린 후 2번 아이언으로 친 두 번째 샷이 페어웨이 벙커에 빠졌다. 사실 난 벙커에 대한 일종의 트라우마가 있다. 지난해 2부 투어 때 벙커에서 세 번 만에 탈출한 적이 있는데 그때부터 벙커에 볼이 빠지면 당시의 악몽이 떠오른다.
이번에도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홀까지 69m 남은 상황에서 54도 웨지로 샷을 날렸다. 아뿔싸. 볼은 그린을 넘어 OB 구역으로 날아가고 말았다. 힘이 쭉 빠졌다. 1벌타를 받고 벙커에서 다섯 번째 샷을 날린 뒤 2퍼트로 홀 아웃. 결국 더블 보기를 범했다.
한 번 리듬을 잃자 곧바로 4번홀(파3)에서도 1타를 잃었다. 5번홀(파4)에서 또 다시 OB를 내며 더블 보기를 범했다. 3개 홀에서 5타를 까먹었다. 후반 들어 10번과 14번홀에서 버디를 잡았지만 15~16번홀에서는 ‘2연속 OB’와 ‘2연속 더블 보기’를 범했다. 16번은 원래 파5 홀인데 대회 때 파4 홀로 세팅했다. 그래서 이번 대회 기준타수가 71타였다.
첫날 상황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둑 터진 저수지’였다. OB 네 방에 물이 새듯 속절없이 타수를 까먹었으니 말이다.
이튿날에는 버디 3개와 보기 4개, 더블보기 1개를 기록했다. 5번홀에서는 티샷이 나무 뒤에 박히고 이후 러프를 전전한 끝에 2타를 잃었다. 버디 숫자는 전날과 같았지만 더블보기가 3개나 줄어든 게 그나마 위안이었던 하루다.

역시 멘탈이 문제…원점에서 다시 시작
나의 스코어를 분석해 보면 버디도 그런 대로 잡지만 타수를 잃을 때는 너무 쉽게 잃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올 시즌 4개 대회를 치른 현재 버디는 총 39개를 잡아 이 부문 18위에 올라 있다. 반면 보기는 41개, 더블보기도 11개나 된다. 더블보기 11개는 투어 선수 중 두 번째로 많이 범한 불명예 기록이다. 그 중 약 절반인 5개가 넵스 헤리티지에서 나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머릿속이 복잡했다. 뭐가 문제일까. 나와 비교 자체가 힘들지만 올 들어 역대 최악의 스코어를 기록하며 추락하고 있는 타이거 우즈의 심정이 이럴까.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역시 멘탈이다. 서너 번 샷이 흔들리면서 내 스윙과 클럽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말았다. 어드레스를 취할 때는 볼이 내가 정한 목표 지점으로 날아갈 것이라는 확신이 서야 하는데 자꾸만 엉뚱한 방향으로 갈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티샷뿐 아니라 웨지도 그런다.
아내는 그런 나를 보며 멘탈 관련 서적을 구해다 주고 있다. 책을 읽으며 해답을 찾을 수도 있겠으나 역시 실전 감각을 더욱 쌓으며 자신감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이달 말 군산CC오픈을 치르고 나면 8월 말까지 2달의 여유가 있으니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려 한다. 천천히, 그러나 치열하게….
아내는 내게 말한다. “걱정 마. 올 가을 좋은 소식이 있을 거야.” 그 말에 힘을 얻는다.
정리=김세영 기자(k0121@hanmail.net)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