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602] 태권도 ‘손날치기’에서 ‘손날’은 어떻게 생겨난 말일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2-01-14 13:02
 태권도 사범이 손날치기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유튜브 이동희 실전태권도 동영상 캡처]
태권도 사범이 손날치기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유튜브 이동희 실전태권도 동영상 캡처]
젊은 시절, 육군 특전사 장교로 복무할 때 단체 태권도 격파시범을 자주 가졌다. 소속 부대가 전군 태권도 시범부대로 국군의 날 행사 등에서 태권도 시범을 많이 보였다. 태권도 시범에서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격파였다. 한 줄로 쭉 서서 참관단 앞에서 벽돌이나 기와장을 깨는 시범을 보이다가 간간히 손목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손날로 벽돌을 깨다가 잘못 쳐 벽돌이 꺠지지 않아 손목 힘줄이나 피부에 손상을 입게 되는 것이다. 이럴 경우 다시 도전해 격파에 성공하지만 끝내 격파에 실패하면 아쉽더라도 단체 인사로 마무리를 하기도 한다.

국기원이 발간한 태권도 용어사전에 따르면 손날은 손바닥을 편 상태에서 손가락을 모두 붙이고 끝 마디를 약간 안으로 구부린 상태로서 새끼손가락에서 손목까지의 아랫부분을 말한다. 손에 칼처럼 날이 서 있는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손날은 원래 한자어 ‘수도(手刀)’의 우리말이다. 수도는 ‘손 수(手)’와 ‘칼 도(刀)’의 합성어로 새끼 손가락이 붙은 곳에서 손목에 이르는 부분을 뜻한다. 태권도에서도 예전에 수도라고 부르기도 했다. 현재 특공무술에서는 아직도 수도라고 하는 듯하다. 사실 수도와 손날은 모두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수록된 표준어이다. 사전에 기재된 두 단어의 뜻은 서로 같다. 북한은 손날 대신에 수도라는 말을 쓴다. 영어로는 우리말 발음을 그대로 옮겨 ‘sonnal’이라고 말하며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hand blade’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태신이 엮은 체육학대사전에 의하면 손날은 주먹과 더불어 태권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부분이다. 손날은 경동맥, 양미간 등 협소한 급소를 공격하는 데 사용되며 주먹보다 빠른 것이 특징이다. 면적이 좁아서 잘만 쓰면 칼로 베는 듯한 느낌으로 쓸 수 있다 . 한국 태권도와 일본 공수도에서 중요하게 가르친다.

프로레슬링 ‘찹(chop)’도 손날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chop’는 자르다, 잘게 썰다, 조각내다는 뜻으로 ‘cut’와 같은 의미이다. 프로레슬링에서 찹은 손을 모아 손날을 세운 후 손날이나 손등으로 가격하는 기술의 총칭으로 쓰인다.

손날치기는 태권도 기본동작이다. 실전에서는 급소 공격용 호신기술로 사용되지만 보통은 태권도 격파시범에서 쓰인다. 태권도 손날치기는 초보자가 시도하다가 부상을 입는 수가 많다. 제대로 타격하기가 어렵고 맞는 사람도 뼈에 부상이 생기는 수가 있어 경기용 기술로 사용하는 것을 대부분 금지하고 있다. 손날치기를 제대로 하려면 단련이 많이 필요하다. 평상시 꾸준히 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손날과 손목이 잘 지탱하도록 뼈와 근육단련을 먼저 해야 부상이 없고 강화된 손목과 손에서 좋은 힘이 나올 수 있다.

특히 손날치기를 잘 하려면 바른 자세로 동작을 배워야 한다. 손과 팔목 어깨 등을 골고루 단련시켜준 뒤 준비운동을 통해 관련 부위에 대한 스트레칭을 해줘야 한다. 단련을 위해서 샌드백이나 나무 등을 많이 쳐야한다. 손날치기를 할 때는 처음부터 너무 과도하게 하면 부상의 위험이 있으므로 글러브나 팔 등에 보호구를 착용하고 한 뒤 수련이 반복되고 몸에 익숙해지면 보호구를 벗고 하면 좋다.
실전에서 손날치기는 상대편의 뼈와 목 등을 노려 친다. 실제로 목을 정통으로 치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으니 자제해야 한다. 손날치기는 손목날과 함께 뼈에 의한 직접 타격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손날치기는 목검이나 삼단봉으로 치는 위력에 가깝다고 한다. 일부 특수부대에서 단련된 군인들에게 손날치기는 ‘살인 병기’로 활용되는 되기도 한다.
일본 가라데 총수로 군림했던 '전설의 무도인' 최영의(1923-1994)씨는 1950년대 초반 60마리의 황소와 맞서,손날로 47마리의뿔을 꺾으며 쓰러뜨리는가하면 진검(眞劍)을 든 상대와 맨손으로 싸워 이기기도 했다고 한다. 손날치기가 얼마나 초인간적인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지를 잘 보여준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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