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599] 태권도 품새 '천권(天拳)'은 어떤 언어적 의미를 담고 있을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2-01-11 11:44
배우 조재현이 유튜브 영상에서 천권 품새 시연을 하고 있다. [유튜브 K TIGERS 영상 캡처]
배우 조재현이 유튜브 영상에서 천권 품새 시연을 하고 있다. [유튜브 K TIGERS 영상 캡처]
분기탱천(憤氣撑天)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분한 마음이 하늘을 찌를 듯 격렬하게 복받쳐 오른다는 뜻이다. 동양사상에서는 하늘과 땅과 관련한 말들이 많다. 음행오행설(陰陽五行說) 때문이다. 음이 있으면 양이 있는게 음양오행설의 원리이다. 밝음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삶이 있으면 죽음이 있으며 하늘이 있으면 땅이 있다는 것이다. 천자문에서 ‘하늘 천(天)’자가 가장 먼저 등장하고 ‘땅 지(地)가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원리이다.

태권도 품새에서 천권(天拳)은 지태(地跆)와 서로 대비된다. 천권은 ‘하늘 천(天)과 ’주먹 권(拳)의 합성어이다. 하늘의 주먹이라는 뜻이다. 지태는 ‘땅 지(地)’와 ‘밟을 태(跆)’자의 합성어이다. 땅을 밟고 발과 주먹으로 친다는 의미이다. (본 코너 598회 ‘태권도 품새 지태가 태권도와 관련한 명칭을 쓰게 된 이유’ 참조) 특히 하늘과 땅자로 표현한 두 품새는 고단자들이 수련하며 사람됨을 지향하는 도덕적 가치를 함양하는 수양에 중점을 둔다.
대표적인 태권도 철학자인 고 이경명 한국태권도 문화연구소장에 따르면 두 품새는 모두 한자 ‘지을 공(工)’자에서 파행했다고 한다. ‘工’자의 철학적 상징성은 위 가로선은 ‘하늘’을, 아래 가로선은 ‘땅’, 그리고 가운데 세로선은 ‘사람 人’으로서 ‘천지인’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자연은 하늘이 먼저 생기고 그 다음 땅이 생긴다는 개념에 따라 어순이 ‘천지’가 되는데 신체 음양에서 아래부위와 몸통부위 순에 따라 태와 권이 ‘태권’이 돼 태권도 명칭 품새에서 지태가 천권에 앞선다는게 그의 해석이다.
대한태권도협회 태권도 교본에 의하면 천권은 만물의 근본이며 우주 그 자체이기도 한 하늘이 가진 큰 능력을 의미한다. 하늘의 무한한 능력은 창조와 변화와 완성을 나타내며 한민족의 시조인 하늘임금 환인에서 비롯된 웅대무비한 역사와 사상의 바탕 위에 천권품새가 제정됐다는 것이다. 품새선은 'ㅜ'로 하늘에서 내리는 사람, 하늘의 뜻에 의한 사람, 하늘로부터 힘을 받은 사람, 하늘을 받드는 사람, 하늘과 사람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는 설명이다.

천권은 6단에서 7단으로 넘어갈 때 수련하는 품새이다. 독수리가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듯한 날개 펴기와 같은 동작들로 이뤄지며 동작 수는 29개에 이른다. 날개펴기, 밤주먹솟음치기, 휘둘러막기, 휘둘러잡아당기기, 금강옆지르기, 태산밀기 등이 있고 자진발이라는 보법도 추가된다.

하늘은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존재일지 모른다. 천권 품새는 하늘을 공경하며 땅 위에서 살아가며 활동하는 인간의 마음을 여러 동작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삶을 추구해야 하는게 인간의 자세이기 때문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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