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603] 태권도는 왜 정권지르기를 주먹지르기라고 말할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2-01-15 08:37
태권도 수련생들이 주먹지르기 동작을 하고 있다. [청춘태권도 블로그 사진 제공]
태권도 수련생들이 주먹지르기 동작을 하고 있다. [청춘태권도 블로그 사진 제공]
‘주먹이 운다’는 말이 있다. 분하거나 화나는 일이 생겨 주먹으로 치고 싶지만 참는다는 뜻이다. 보통 이런 기분이 들 때 화가 난 성질을 참느라고 주먹이 부르르 떨기도 한다. 주먹을 쓰자니 무리일 것 같고 가만있자니 분을 삭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말은 때리고는 싶지만 주먹을 쓰면 안되겠기에 꾹 참는 모습이 연상된다. 주먹은 함부로 쓰면 안된다. 마구 쓰는 주먹은 폭력이다. 상대에게 이기기 위해 주먹을 쓰면 신체적으로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높다. 일단 주먹이 가해지면 몸싸움으로 비화되기가 십상이다.

태권도에선 주먹을 쓰고 싶을 때 수련을 통해서 마음껏 쓸 수 있다. 태권도는 아무런 무기없이 손과 발을 사용해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상대방 공격을 방어하는 기술을 익히는 한국 무예 스포츠이다. 화려한 발차기가 중심이지만 손, 특히 주먹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태권도에선 예전 순우리말인 주먹이라는 말 대신 정권(正拳)이라는 말을 썼다. 정권은 ‘바를 정(正)과 ’주먹 권(拳)‘자로 된 한자어이다. 손가락을 모두 오므려 쥔 손을 뜻한다. 특히 정권은 주먹에서 제일 단단하고 단련이 가능한 부위인 검지, 중지의 첫 번쨰 관절을 말한다. 중국권법 등에서도 무술 종류에 따라 지칭하는게 다 다르지만 주먹으로 칠 때는 정권 부위를 많이 쓴다.
2000년대이후 국기원은 태권도 용어의 한글화 작업을 주도하면서 ‘정권’을 ‘주먹’으로 대체해 쓰기 시작했다. 태권도의 정체성과 세계화를 위해 한자어 용어들을 우리말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국립 국어원 등의 자문을 받아 주요 태권도 기술용어 등을 우리말 표현으로 많이 변형해 사용했다. 정권지르기가 주먹지르기로 바뀐 것도 이 때문이다.

태권도에선 발차기와 함께 주먹지르기는 기본적인 동작이다. 초보자들도 태권도에 입문하면 두 동작을 먼저 배운다. 주먹지르기는 정권을 허리 아래쪽에 두었다가 팔을 교대로 뻗어가는 자세이다. 이런 자세를 취하는 것은 태권도 말고 다른 무술에는 없다. 대체로 복싱과 같은 대련자세를 갖는게 일반적이다. 주먹지르기는 사람이나 사물에 큰 충격을 주고자 주먹으로 목표물을 지르는 기술이다. 집게 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의 첫 마디 앞부분을 이용해 상대방의 인중, 명치, 복부 등의 급소를 수직으로 가격한다.

태권도 고단자들 가운데 주먹이 잘 단련된 이들이 많다. 주먹에 밤송이만한 굳은 살이 배겨 두텁고 단단해진 모습을 보게 된다. 이런 강력한 주먹으로 기와장이나 송판 격파를 쉽게 해 주위를 놀라게 한다. 주먹을 단련하기 위해선 많은 수련이 필요하다. 초보자들은 각목을 구입해 주먹 쥐고 업드려 뻗쳐를 하거나 팔굽혀 펴기를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주먹 단련에 효과를 볼 수 있다. 하루에 백번만해도 1개월이면 주먹에 단단한 굳은 살이 올라온다고 한다.

원래 주먹 단련은 뼈가 완전히 성장한 성인이 돼서 시작하는게 좋다. 뼈가 아직 아물지 않은 청소년에게는 위험하다. 특히 주먹 단련을 제대로 하려면 중급 이상의 수련가들이 하는게 바림직하다. 주먹 단련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주먹지르기의 올바른 이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목표를 때리는 것보다는 양 손을 번갈아 뻗고 당기며 신체 동작을 골고루 훈련한다는 것에 의의를 두어야 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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