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604] 태권도에서 왜 ‘등주먹’이라는 말을 쓸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2-01-16 08:08
태권도 수련생이 등주먹 앞치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유튜브 방배동 성인태권도 동영상 캡처]
태권도 수련생이 등주먹 앞치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유튜브 방배동 성인태권도 동영상 캡처]
에스키모들에게 눈과 관련한 단어가 압도적으로 많듯이 태권도인들에게 주먹에 관련한 단어가 많은 것은 주어진 환경 때문이다. 늘 눈과 생활하는 에스키모들은 세상을 눈과 관련해 구분한다고 한다. ‘떨어지는 눈’, ‘쌓인 눈’, ‘바닥에 있는 눈’, 성난 눈‘ 등 다양한 단어로 표현하는 식이다. 태권도도 주먹을 여러가지 말로 쓴다. 종목 특성상 손과 발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주먹은 어느 부위를 쓰느냐에 따라서 이름이 달라진다.

태권도에서 주먹은 네 손가락을 힘 있게 구부려 말아 쥔 다음, 엄지를 안쪽으로 구부려 둘째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 위에 놓는다. (본 코너 603회 ‘태권도는 왜 정권지르기를 주먹지르기라고 말할까’ 참조) 공격과 방어 기술의 기본이다. 하지만 주먹은 여러 가지 형태로 변화시켜 응용할 수 있다. 태권도인들끼리는 에스키모들이 눈으로 여러 가지 말을 하는 것처럼 여러 주먹 명칭을 사용한다. 일반인들은 낯선 주먹 이름을 들으면 쉽게 이해하기가 어렵다.
등주먹도 처음 접하면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른다. 등주먹은 순 우리말이다. 한자어로는 ‘이권(裏拳)’이다. ‘속 이(裏)’와 ‘주먹 권(拳)’자가 결합한 이권은 안 주먹, 속 주먹이라는 뜻이다. 정확히는 주먹을 쥔 손등의 집게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의 관절부분을 말한다. 주로 얼굴 부위를 공격할 때 사용한다. 앞면 인중이나 옆면 턱을 공격할 경우 주로 등주먹을 쓴다. 특히 팔꿈치를 완전히 펴지 않고 근접 거리의 치기 기술을 할 때 적당하다. 영어로는 ‘back knuckle’라고 말한다. ‘knuckle’은 주먹을 쥐었을 때 손등에서 불룩하게 솟는 부분을 말한다. 여기에 ‘back’이라는 단어를 추가해 등주먹이라는 표현으로 쓴다.

국기원이 발간한 태권도용어사전에 따르면 등주먹 앞치기는 공격 동작 중 하나이다. 등주먹 앞치기는 상대방의 얼굴 중 인중을 공격하는 기술이다. 인중은 인체의 주요 급소 중 하나이기 때문에 등주먹 앞치기 공격은 상대방에게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하지만 등주먹을 치는 방향으로 몸을 되돌려 틀게 되면 등주먹 치는 손이 막는 모양이 되어 공격이 아닌 방어가 될 수도 있다.

등주먹 앞치기는 단순히 팔 힘만으로는 상대방에게 큰 충격을 주기가 어렵다. 따라서 발로 지면을 내딛는 힘과 무릎의 반등, 그리고 허리를 트는 힘을 조화롭게 이용해야 한다. 특히 사용부위는 시작점에서 목표점까지 직선으로 움직여 빠르고 강하게 가격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경기에서는 등주먹을 얼굴에 가격할 수 없다. 큰 부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먹공격은 바른 주먹만을 이용해 공격할 수 부위는 몸통으로 제한한다. 하지만 대부분 선수들은 경기에서 주먹공격을 거리조정이나 견제를 하는데 사용한다. 주먹 공격 보다는 발 공격이 득점을 하는데 유리하기 때문에 주먹 공격은 별로 많이 하지 않는다. 경기에서 손과 발로 상대의 몸통을 가격할 경우에 1점을, 발로 얼굴을 가격할 경우에는 2점을 획득한다.
하지만 호신용으로 등주먹을 이용해 얼굴을 치면 매우 효과적이다. 주먹을 반대쪽 어깨 위로 올렸다가 등주먹으로 상대방 얼굴의 급소를 공격할 수 있다. 위협을 가하는 상대방을 손쉽게 제압하는 방법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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