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608] 태권도에서 왜 ‘집게주먹’이라 말할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2-01-20 11:50
태권도 사범이 손공격기술인 집게주먹지르기를 하고있다. [이동희 실전태권도 동영상 캡처]
태권도 사범이 손공격기술인 집게주먹지르기를 하고있다. [이동희 실전태권도 동영상 캡처]
태권도에선 손으로 상대를 가격하기 위해 주먹을 주로 쓴다. 여러 주먹 명칭을 얘기할 때 공통된 것이 있다. 주먹의 모양이나 용도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는 점이다. 밤주먹, 편주먹, 둥주먹, 바른 주먹은 주먹 모양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다. 메주먹과 집게주먹은 주먹을 쓰는 방법에 따라 생긴 명칭이다. 메주먹은 ‘무엇을 치거나 박을 때 쓰는 나무나 쇠로 만든 방망이’를 가르키는 순우리말 ‘메’에다 ‘주먹’이 결합해서 만든 말이다.(본 코너 605회 ‘태권도에서 메주먹은 어떤 말일까’ 참조)

집게주먹은 메주먹과 같이 ‘집게’와 ‘주먹’이 합쳐진 두 단어로 이루어졌다. 국어사전에서 집게는 물건을 잡는데 쓰는 끝이 두 가닥으로 갈라진 도구로 풀이하고 있다. 또 날이 서지않은 가위 모야응로 생긴 외과 수술기구를 말하기도 한다. 신체조직이나 기관을 집어서 누르거나 고정하는데에 쓴다. 분만 집게, 지혈 집게 따위가 있다. 순우리말인 집게는 보통 외래어인 ‘핀셋(pincette)’으로 불리기도 한다. 한자어로는 ‘칼 겸, 입다물 겸(鉗)’과 ‘아들 자(子)’를 합쳐 ‘겸자(鉗子)’라고 쓰기도 한다.
집게 주먹 모양. [국기원 제공]
집게 주먹 모양. [국기원 제공]


국기원 발행 태권도용어사전에 따르면 집게주먹은 주먹을 쥔 상태에서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을 집게모양으로 만들어 사용한다. 집게손가락의 가운데 관절이 다른 손가락보다 앞으로 나오게 쥔 주먹 모양이 집게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손을 집게처럼 사용한다는 의미이다. 영어로는 우리말 발음을 그대로 옮겨 로마자로 ‘jipgejumeok’이라고 쓰고 ‘pincers fist’라고 번역한다. 집게주먹은 1960년대 태권도 용어를 순우리말로 정리하면서 전문화, 세분화해 만들어진 주목관련 용어로 보인다. 1970, 80년대 태권도가 국제화, 세계화를 도모하면서 정형화된 명칭으로 자리를 잡았다.

집게주먹은 집게손가락의 가운데 관절이 다른 손가락들보다 앞으로 나오게 주먹을 쥐기 때문에 상대방의 가슴이나 급소를 가격하면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주로 겨드랑이 같은 안쪽 살부분을 잡아 공격한다. 목젖을 잡아뜯는 식으로도 활용하기도 한다. 집게밤주먹은 밤주먹에 가깝게 집게손가락의 관절부분을 밀어 올린 듯이 돌출시킨 주먹을 말한다. (본 코너 607회 ‘태권도서 왜 ‘밤주먹’이라 말할까‘ 참조)

집게주먹은 대개 지르기와 치기로 쓴다. 지르기는 목표물을 가격하는 기술이며 치기는 몸의 회전력을 이용해 목표물을 치는 기술이다. 집게주먹은 두 기술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공격수단으로 이용한다. 손과 다리를 사용해 태권도와 유사한 전통 무예인 택견에서도 집게주먹은 같은 용도로 쓴다. (본 코너 593회 ‘택견은 태권도의 기원일까’ 참조)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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