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는 “오늘 좀 잘 쳤다.”는 은근한 미소거나 다른 하나는 “다음엔 꼭 복수한다.”는 씁쓸한 표정이 있다.
그리고 그 씁쓸한 표정의 골퍼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속으로 중얼거린다. “도대체 왜 이럴까? 어제 그렇게 연습했는데…”
그런 골퍼들의 모습에서 문득 떠오른 사자성어가 있다.
와신상담(臥薪嘗膽). '땔나무 위에 눕고 쓸개를 핥는다.’
춘추전국시대 월나라 구천이 오나라 부차에게 패하고, 복수를 다짐하며 거친 나뭇가지 위에 몸을 누이고, 매일 쓸개의 쓴맛을 핥으며 각오를 다진 이야기에서 유래한 말이다.
하지만 그날 저녁, 그 골퍼는 집으로 돌아와 유튜브 레슨 영상을 반복 재생하고 거실에서 샤프트 없는 퍼터 헤드만 들고 스트로크 연습을 한다. 스윙 영상도 슬로우로 돌려보고 지난 라운드 스코어카드에 빨간 볼펜으로 ‘다음엔 여기서 실수하지 말자.’라고 써둔다.
이게 바로 현대판 와신상담이다.
어쩌면 골프라는 스포츠 자체가 수많은 ‘와신상담의 순간’들이 쌓여서 만들어지는 여정일지도 모른다. 한 번의 실패가 끝이 아니라, 그 쓴맛을 삼키고 다음 기회를 기다리는 끈질긴 과정으로 말이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렇게 몇 번의 쓴맛을 삼키고 나면 어느 날 뜻밖의 파 세이브, 예상치 못한 버디가 찾아온다.
동반자들이 “오늘 왜 이렇게 잘 치세요?”라고 놀라는 순간, 속으로만 미소 짓는다.
‘내가 얼마나 많은 날을 땔나무 위에서 보냈는지 너희는 모를걸.’
다음 라운드가 또 망가진다고 해도 괜찮다. 우리는 이미 골프 인생의 ‘와신상담 챌린지’를 매일 갱신 중이니까.
오늘의 쓰라림은 내일의 버디로 반드시 돌아온다.
[김기철 마니아타임즈 기자 / 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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