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그에서 발이 느린 편인 강민호는 통산 병살타 260개로 KBO 역대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젊은 시절에도 빠르지 않았던 그는 40대를 넘긴 뒤 더 느려졌다. 체력 소모가 심한 포수라 부상 방지를 위해 몸을 아끼는 것도 있다.
그랬던 강민호가 중견수 앞 짧은 안타 때 2루에서 홈까지 뛸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불혹의 주루는 삼성이 PO 티켓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나온 숨은 승부처였다.
김지찬이 김광현의 바깥쪽 낮은 슬라이더를 배트에 살짝 갖다 대자 안타를 확신하고 뛰기 시작했다. 내야를 조금 넘긴 김지찬의 중전 안타를 정확한 타구 판단으로 읽은 이종욱 3루 주루 코치는 과감하게 홈으로 뛰라는 신호를 보냈다.

6회 추가점도 적극적 주루 덕이었다. 무사 1-2루에서 르윈 디아즈가 좌익수 앞 짧은 안타를 쳤고, 2루의 김성윤이 달리기 시작했다. 이종욱 코치는 처음 계속 뛰라는 신호를 보냈다가 좌익수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위치를 확인한 뒤 멈추라고 손짓했다. 하지만 발에 자신 있던 김성윤은 홈에서 간발의 차로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이종욱 코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정도로 긴박한 순간이었다. SSG 벤치가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판정은 뒤집히지 않았다.
8회초 2점을 잃고 동점을 허용하면서 강민호와 김성윤의 득점은 승리와 직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팀이 경기 중반까지 분위기를 지배하는 데 도움을 줬고, 결국 삼성은 5-2로 승리하며 준PO를 4차전에서 마쳤다.
[진병두 마니아타임즈 기자/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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