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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580] 북한은 왜 공식 국호 약칭을 ‘North Korea’ 대신 ‘DPRK’라고 말할까

2025-10-20 07:07:33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회식에 입장하는 북한 선수단. 북한은 1972년 뮌헨 올림픽때부터 'North Korea' 대신 'DPRK'라는 호칭으로 참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회식에 입장하는 북한 선수단. 북한은 1972년 뮌헨 올림픽때부터 'North Korea' 대신 'DPRK'라는 호칭으로 참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북한 정권은 1948년 9월9일 수립된 이후 1972년 뮌헨 올림픽 직전까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에 참가하지 않았다. 1964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동계 올림픽 대회에서 한필화가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3000m에서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은메달을 땄지만 공산권에서 개최되는 각종 사회주의 국가 체육대회에는 참가하면서도 자유세계 등에서 열리는 각종 국제 대회에는 출전하지 않았다. 이는 북한 호칭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결정된 ‘North Korea’로 불리는데 대한 불만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1969년 6월 폴란드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소련을 비롯한 공산권 국가들의 적극적인 지원에 의해 호칭이 북한이 요구해 온 ‘‘DPRK’로 불려짐에 따라 올림픽을 비롯한 각종 국제경기대회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기 시작했다.

북한이 국제대회나 유엔 무대에서 ‘DPRK’라는 약칭을 고수하는 이유는 ‘North Korea’는 지정학적 표현에 불과하지만, ‘DPRK’는 주권국가의 공식 국호이기 때문이다. 올림픽 개막식에서 북한 선수단이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라는 이름으로 소개되는 장면은, 단지 언어의 차원이 아니라 정치적 존재 선언을 담고 있다.
북한의 정식 국호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朝鮮民主主義人民共和國)’이다. 조선(朝鮮)’은 한반도 전체를 지칭하는 전통적 명칭으로, ‘한국(Korea)’보다 더 오래된 역사적 정통성을 강조한다. 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사회주의권 국가들이 즐겨 사용한 체제 명칭으로, 인민 주권과 집단주의 이념을 표방한다. 영어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는 직역하면 ‘조선의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다. 특히 ‘Democratic’과 ‘People’s’라는 두 단어를 나란히 둔 것은, 서방식 민주주의보다 ‘더 인민적인 민주주의’라는 상징적 우위를 내세우기 위한 의도이다. ‘DPRK’는 영어 국호를 줄인 약칭이다. 북한은 유엔, 올림픽위원회, 국제기구 등에 제출하는 공식 명칭으로 ‘DPRK’를 사용한다. 남한은 Republic of Korea (ROK)라고 쓰고, 영어 약칭으로 ‘ROK’라고 쓰는 것과 대조적이다.

‘DPRK’에는 북한이 단지 한반도의 일부가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국가 단위임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정치적 표식의 의미를 지닌다. 오늘날 국제사회는 북한을 현실적으로 ‘North Korea’로 부르지만, 북한 자신은 여전히 ‘DPRK’를 통해 자주와 존엄을 상징화한다. 체제와 이념의 유산이 언어 속에서 살아남은 셈이다. ‘DPRK’라는 네 글자는 북한이 누구에게도 ‘북쪽 일부’가 아니라, 스스로 완결된 국가임을 강조하는 정치적 문장이다.

2023년 12월 김정은은 남북한을 두고 ‘두 국가론’을 천명했다. 김정은의 두 국가론의 본질은 한국을 상종 못 할 외국으로 만들어, 교류 협력과 통일 대상으로서 한국을 북한 주민들의 뇌리에서 지우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존재 자체를 김정은 체제에 대한 실존적 위협으로 여기고, 한국 문화의 유입을 막는 데 정권의 운명은 거는 북한에 남북 관계는 원천적으로 적대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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