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사상 초유의 해킹 사태와 개인정보 유출로 김영섭 현 대표가 연임을 포기하는 등 홍역을 치른 KT가 정작 차기 수장 후보로 과거 대형 보안 사고의 책임이 있는 인물들을 선정한 것을 두고 "회사가 위기의 본질을 망각했다"는 내부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가장 큰 논란의 중심에는 홍원표 후보가 있다. 그는 불과 8개월 전인 지난 2025년 4월 30일 SK쉴더스 대표직을 돌연 사임했다. 당시 SK텔레콤에서는 대규모 해킹 및 유심(USIM) 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해 국민적 공분을 샀다. SK쉴더스는 SK텔레콤을 포함한 SK그룹의 정보 보안을 전담하는 핵심 계열사다. 사측은 "일신상의 이유"라고 선을 그었으나 업계에서는 임기 만료를 3개월이나 앞둔 시점에서의 갑작스러운 사퇴를 해킹 사태를 막지 못한 문책성 인사로 해석했다.
주형철 후보 역시 치명적인 '보안 흑역사'를 안고 있다. 그는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로 재직하던 2011년 7월 네이트와 싸이월드 회원 3,5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상 초유의 해킹 사건을 겪은 장본인이다.
당시 유출된 정보는 아이디, 비밀번호, 주민등록번호, 성명, 휴대전화 번호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총망라했다. 주 후보는 당시 기자회견을 열고 "제 정보도 털렸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부실한 보안 관리 체계가 드러나며 거센 비판을 받았다. KT 새노조는 "이미 '보안 무능'이 입증된 인물이 정치적 배경만으로 KT CEO 자리를 넘보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날을 세웠다.
경쟁 후보들의 치명적인 결격 사유가 부각되면서 상대적으로 '보안 리스크'가 없고 검증된 성과를 보유한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이 유일한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박 후보는 이번 숏리스트 중 유일하게 대규모 보안 사고 이력이 없다. 오히려 재임 시절(2017-2019) 국가 재난안전통신망(PS-LTE) A, B구역 구축 사업을 수주하며 국가 기간 통신망의 보안성과 안정성을 입증했다. 그는 서울대 토목공학 박사 출신으로 네트워크의 물리적 구조부터 운용까지 깊이 있는 지식을 보유해 현재 KT가 직면한 기술적 보안 취약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KT 노동조합은 11월 12일 성명에서 "차기 CEO는 외풍으로부터 자유롭고 통신의 전문성과 경영 능력을 겸비해야 한다"며 "낙하산 인사는 결단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KT 새노조는 12월 3일 성명에서 "최근 해킹 사태 책임자나 과거 타사에서 보안 사고를 일으킨 인물은 부적격하다"며 "이사회는 후보 선정 근거를 투명하게 밝히고 정치권 줄대기 인사를 원천 배제하라"고 요구했다.
오는 16일 KT 이사회가 노조와 구성원들의 강력한 반대 여론을 수용하여 '보안 리스크' 없는 내부 전문가를 선택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진병두 마니아타임즈 기자/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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