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그 어느 때보다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KT 위즈의 간판타자였던 강백호를 4년 총액 100억 원이라는 구단 역사상 최고 대우로 영입했고, 팀의 중심 타자인 노시환에게는 지난해 연봉 3억 3,000만 원에서 무려 203% 인상된 10억 원을 안겨주며 팀 내 최고 연봉자 지위를 부여했다. 19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성과를 바탕으로 우승을 향한 '윈나우' 의지를 돈으로 증명한 셈이다.
하지만 이 넉넉한 인심은 손아섭 앞에서 멈췄다. 한화가 손아섭 측에 전달한 이른바 '플랜 B' 최종안은 연봉 대폭 삭감과 단년 계약이 골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구계에서는 한화가 손아섭에게 제시한 금액이 작년 하주석의 사례(1억 1,000만 원)와 비슷한 1억 원대 중반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통산 2,618안타를 때려낸 리그 최고의 타자가 졸지에 팀 내 백업급 대우를 받는 '굴욕'을 맛보고 있는 것이다.
굴욕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한화는 타 구단이 손아섭을 영입하려 할 경우 발생하는 7억 5,000만 원의 보상금을 대폭 낮춰주거나 포기하겠다는 '사인 앤 트레이드' 카드까지 시장에 던졌다. 이는 선수를 위한 배려로 포장되어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방출 통보와 다름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비와 장타력이 떨어진 베테랑 지명타자를 선뜻 영입하겠다는 구단은 현재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손아섭을 '지나가는 레전드'로 취급하고 있는 셈이다.
박해민이 65억 원에 '낭만'을 샀다면, 손아섭은 자존심 상하는 '현실'에 무릎을 꿇어야 할 처지다. 손아섭이 이 굴욕적인 조건을 수용한다면, 그것은 오직 KBO 최초의 3,000안타라는 대업을 향한 집념 때문일 것이다.
스프링캠프가 이미 시작된 상황에서 손아섭의 선택지는 좁혀지고 있다. 전설의 마지막이 조연으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기록을 포기하고 명예로운 은퇴를 택할 것인지, 안타왕의 고독한 결단에 야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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