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철의 레저이야기] 뇌가 '노화'를 멈추고 '진화'를 시작하는 순간](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202102857066106cf2d78c681439208141.jpg&nmt=19)
AI가 인간의 노동과 인지를 대체하는 시대일수록, 역설적으로 우리는 '어떻게 시간을 주체적으로 사용할 것인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집단지성의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소파 위의 숏폼은 휴식이 아니다
최근 발간된 『뇌는 레저를 할 때 어떻게 변할까?』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보다 무언가에 능동적으로 몰입할 때 비로소 진정한 회복과 성장을 경험한다.
새로운 레저 활동에 몰입하는 순간, 뇌의 사령탑인 전두엽은 활성화되며 도파민과 엔도르핀이라는 최상의 화학적 칵테일을 분비한다. 이는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뇌세포 간의 연결망을 새롭게 구축하는 '신경 가소성'을 촉진한다.
가소성(Plasticity)은 찰흙이 손길에 따라 모양이 변하듯, 뇌세포 사이의 연결망(시냅스)이 외부 자극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성질을 말한다. 우리가 무엇을 보고 어떤 행동을 하며 어떤 감정을 느끼느냐에 따라 특정 신경 회로는 굵어지고(강화), 쓰지 않는 회로는 가늘어지다 사라진다(퇴화). 과거에는 유아기 때 뇌 성장이 멈춘다고 믿었으나, 현대 신경과학은 인간의 뇌가 죽을 때까지 변화하고 발전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잘 노는 것은 뇌의 보수 작업을 넘어 스스로를 리모델링하는 과학적 과정인 셈이다.
△AI 시대, '생산적 레저'가 답이다
효율성은 AI의 영역이지만 삶의 '의미'와 '재미'는 오직 인간만의 영역이다. AI가 최단 경로를 찾아 정답을 내놓는 동안, 인간은 레저를 통해 '길을 잃는 즐거움'을 선택하고 그 과정에서 창의적 통찰을 얻는다.
결과물이 돈이 아닌 '자기 효능감'으로 나타나는 이 생산적 활동은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를 활성화해 AI 시대에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어준다. 현대인은 끊임없는 정보 과부하로 인해 뇌의 '집중 회로'가 지쳐 있다. 레저를 통해 DMN 상태로 진입하는 것은 컴퓨터를 재부팅하는 것과 같다. 지친 전두엽을 쉬게 하고 에너지를 재충전하여, 다시 업무에 복귀했을 때 더 높은 몰입도를 발휘하게 한다. DMN은 뇌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다.
△세대를 잇고 장벽을 허무는 '보편적 레저'
나아가 레저의 영토는 나이와 성별, 장애의 벽을 허무는 보편적 가치로 확장되어야 한다.
청년의 에너지와 시니어의 연륜이 레저라는 플랫폼에서 만날 때, 뇌에서는 '옥시토신(Oxytocin)'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흔히 '사랑 호르몬' 혹은 '신뢰 호르몬'이라 불리는 이 물질은 뇌의 방어막을 녹이는 역할을 한다. 옥시토신이 분비되면 날카롭던 편도체의 활동이 줄어들고, 이성적 판단과 공감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활성화된다. "저 사람은 나랑 다르네"라는 거부감 대신 "우리가 함께 즐겁네"라는 유대감이 형성되는 것이다. 함께 하는 파크골프, 숲 체험, 공동 목공 등이 바로 그런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시각 장애인이 소리로 풍경을 읽고, 청각 장애인이 텔레코일존(Telecoil Zone)을 통해 공연에 몰입하는 '보편적 레저'는 단순한 복지를 넘어 사회 전체의 심리적 자본을 키우는 일이다. 잘 설계된 레저 문화는 고립된 개인을 광장으로 이끌어 고독사를 예방하고, 국가적 의료비와 사회적 갈등 비용을 절감하는 강력한 소프트 파워가 될 것이다. 실패와 고난으로 위축된 뇌를 다시 깨우는 힘은 책상 앞이 아니라 필드와 자연, 그리고 사람 사이의 공감에 있다.
'김기철의 레저이야기'는 앞으로 매주 월요일, 여러분의 뇌를 리부팅하는 소소한 읽을거리가 되어 보려 한다. 단순히 "어디가 좋다"는 정보를 넘어, 레저가 어떻게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신경심리학적으로 어떤 효능감을 주는지 유쾌하게 풀어보겠다.
여러분의 뇌는 지금 이 순간에도 뜨겁게 놀고 싶어 한다. 자, 이제 리모컨을 내려놓고 저와 함께 '진짜 레저'의 세계로 티오프하시죠!
[김기철 마니아타임즈 기자 / 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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