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WBC를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벽은 역설적이게도 대회를 주최하는 메이저리그(MLB)가 세운 '보험 시스템'이다.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 선수가 출전하려면 부상 시 연봉을 보전해 줄 보험 가입이 필수인데, 보험사들은 수익 논리에 따라 수술 이력이 있거나 나이가 많은 스타 플레이어들을 줄줄이 '가입 불가' 명단에 올리고 있다. 푸에르토리코의 프란시스코 린도어, 카를로스 코레아 같은 상징적인 스타들이 서류 한 장 때문에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당하는 현실은 이 대회의 정체성을 의심케 한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오타니의 사례다. 세계 야구의 아이콘인 그에게 "공은 던지지 마라"고 요구하는 것은 스포츠의 순수성에 대한 모독이나 다름없다. 이러니 어느 누가 진정한 국가대항전이라 부를 수 있겠는가. 이는 대회의 질을 스스로 깎아먹는 자해 행위다.
결국 지금의 WBC는 MLB 사무국이 자신들의 자산인 선수들을 철저히 보호하면서도 국제적 흥행 수익은 챙기겠다는 탐욕의 산물이다. 보험료가 오르고 심사가 엄격해졌다는 핑계로 최고의 선수들을 배제하면서, 한편으로는 느슨한 국적 규정으로 가짜 국가대표팀을 양산하는 이중적인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팬들이 보고 싶은 것은 보험사의 승인서가 아니라, 마운드 위에서 혼신을 다해 투구하는 오타니와 린도어의 모습이다. MLB 사무국이 보험 시스템의 근본적인 혁신과 국적 규정의 정상화를 이뤄내지 못한다면, WBC는 '그들만의 비즈니스'라는 오명을 쓴 채 야구 팬들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 진정한 국가대항전으로 거듭날 의지가 없다면, 차라리 대회를 폐지하는 것이 야구라는 스포츠의 명예를 지키는 길일지도 모른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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