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칼코마니의 시작은 시장의 냉혹한 평가였다. 1년 전, 하주석은 음주운전 징계와 부진이라는 꼬리표 속에 FA 시장에 나왔지만 그를 찾는 구단은 없었다. 결국 그는 연봉 1억1천만 원이라는 사실상의 '백기투항' 계약을 맺으며 한화에 잔류했다. 올해 손아섭의 상황도 판박이다. 통산 최다 안타 기록 보유자라는 타이틀도 세월의 흐름과 에이징 커브에 대한 우려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보상 규모가 작은 C등급이었음에도 타 구단의 제안은 없었고, 결국 손아섭은 자존심을 내려놓은 채 한화가 제시한 1억 원의 단기 계약을 수용했다.
계약 과정뿐만 아니라 시즌을 준비하는 출발선마저 똑같다. 하주석은 지난해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되며 2군에서 시즌을 맞이했다. 화려한 주전 유격수였던 그가 고치 퓨처스 캠프에서 흙먼지를 마시며 다시 방망이를 휘둘렀을 때, 많은 이는 그의 재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하주석은 2군에서 타율 4할대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며 실력으로 무력시위를 했고, 결국 1군으로 복귀해 팀의 핵심 전력으로 다시 우뚝 섰다.
하지만 팬들은 이 '데칼코마니' 같은 상황에서 오히려 희망을 본다. 하주석이 1년 전 낮은 곳에서 시작해 연봉 122% 인상이라는 반전을 일궈냈듯, 손아섭 역시 절치부심의 자세로 부활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손아섭에게 남은 목표는 명확하다. KBO 최초의 3,000안타라는 대기록을 향한 여정을 이어가는 것이다.
자존심을 꺾고 실리를 택한 베테랑의 선택이 과연 하주석과 같은 '해피 엔딩'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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