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수의 공백은 기록지상의 타율이나 타점으로 환산할 수 없는 거대한 균열을 의미한다. 그는 타석에서 상대 투수에게 압박감을 주는 존재인 동시에, 더그아웃의 분위기를 다잡는 구심점이었다. 그가 사라진 타선은 이제 상대 투수들에게 '쉬어가는 구간' 혹은 '정면 돌파가 가능한 타선'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김현수가 있음으로 인해 파생되었던 뒷순위 타자들의 우산 효과가 사라지는 순간, 오지환과 문보경 등 남은 주축 타자들에게 가해질 견제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럼에도 LG는 오프시즌 동안 뚜렷한 외부 영입이나 전력 보강 없이 조용한 행보를 보였다. 이는 과거 전력을 과신하다 몰락했던 팀들의 전형적인 실패 사례를 답습하는 모습이다. KIA 타이거즈의 과거 행보는 현재의 LG가 반드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당시 KIA 역시 우승 전력을 그대로 유지하면 충분히 대권 도전이 가능할 것이라 낙관했다. 하지만 주전 선수들의 에이징 커브와 예상치 못한 부상 변수 앞에 허무하게 무너졌다. 현재 LG의 라인업 역시 베테랑 비중이 높고, 이들을 대체할 유망주들의 성장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 육성'이라는 모호한 단어 뒤에 숨어 보강의 기회를 흘려보낸 것은 치명적인 실책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리그의 다른 팀들은 LG의 약점을 파고들기 위해 전력을 쏟아붓고 있다. 하위권 팀들은 대대적인 FA 영입과 외인 교체로 전력을 상향 평준화시켰다. 반면 LG는 멈춰 서 있다. 야구에서 현상 유지는 곧 퇴보를 의미한다. 상대는 이미 LG의 전력을 분석 완료했고, 김현수라는 가장 큰 방패가 사라진 지점을 집중 공략할 준비를 마쳤다. 염경엽 감독의 디테일 야구가 아무리 정교하다 한들, 계산을 실행에 옮길 '선수'라는 자원이 부실하다면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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