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 WBC는 참가 선수들에게 영광과 상처를 동시에 남겼다. 3월 초라는 이른 시기에 실전 몸 상태를 만들어야 하는 투수들은 전력 투구의 여파로 시즌 중반 급격한 구위 저하나 부상을 겪는 'WBC 잔혹사'를 반복해 왔다. 타자들 역시 장거리 이동과 시차 적응, 그리고 단기전이 주는 극심한 심리적 압박으로 인해 정규 시즌 초반 타격 밸런스를 찾는 데 애를 먹곤 했다. 하지만 이번 롯데는 이러한 잠재적 위험 요소로부터 완전히 격리된 채 144경기 장기 레이스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
가장 큰 이득은 '완전체'로 진행되는 스프링캠프의 연속성이다. 김태형 감독 부임 이후 팀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롯데 입장에서, 주전 라인업이 한 명도 빠짐없이 감독의 시야 안에서 훈련을 소화한다는 것은 조직력 강화 측면에서 엄청난 이득이다. 특히 투수진의 경우, 미끄러운 WBC 공인구 적응이나 무리한 투구 수 관리 없이 KBO리그 공인구로 본인만의 투구 루틴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다. 이는 곧 시즌 초반 선발 로테이션의 안정감과 직결되며, 타 팀 주력 투수들이 부상이나 컨디션 난조로 고전할 때 상대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확실한 발판이 된다.
결국 롯데에게 남은 과제는 이 '천운'을 성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국가대표 차출이 없다는 것은 핑계의 여지가 사라졌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다른 팀들이 국제 대회 차출 여파를 관리하며 시즌 초반 운영에 난항을 겪을 때, 롯데는 반드시 압도적인 페이스로 치고 나가야 한다. 텅 빈 국가대표 명단이 주는 묘한 씁쓸함을 뒤로하고, '부상 없는 완전체' 롯데가 2026시즌 KBO리그 판도를 뒤흔들 강력한 다크호스가 될지 주목된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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