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창립 80주년을 맞은 북한 김일성경기장.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305064512018715e8e9410871751248331.jpg&nmt=19)
한국에서 트랙이라는 말이 공식적으로 쓰인 것이 처음 확인된 것은 1925년 조선일보 기사 등에서였다. 1925년 3월16일자 조선일보 도쿄발 '육군 각 사단 대항경기회' 제목의 기사에서 '일본육군호산학교내(日本陸軍戶山學校內)에 신설중(新設中)인 사백미(四百米)『트락크』가 내사월중(來四月中)에 완성(完成)됨을다라 오월하순경(五月下旬頃)에는 재동경장교병사(在東京將校兵士)의 대경기회(大競技會)를열고 금추(今秋)에는 동일본(同日本)의 각사단대항육상경기(各師團對抗陸上竸技)를 행(行)하게하며 이러한후(後)에는 일반학생(一般學生)과 우열(優劣)을 다토울터이라한다'고 보도했다.
한국에서 트랙은 주로 육상경기 용어로 쓰인다. 경마에서는 레이싱 코스, 사이클에서는 피스트 등으로 말하기도 한다. 육상경기트랙의 국제표준규격은 타원형 400m이다. 트랙 재질은 육상 초창기 잔디, 신더(석탄재와 흙을 섞은 것), 앙투가(점토를 고온으로 처리한 것) 등이 쓰였다. 1960년대 후반부터 합성고무를 쓰고 있다. (본 코너 664회 ‘왜 트랙(Track)이라고 말할까’ 참조)
북한에서는 트랙 대신 ‘달리기장’이라 말한다. 이 말은 영어 원뜻을 풀어서 우리말로 만든 것이다. 달리기장은 빠르게 움직인다는 명사형 ‘달리기’와 장소를 뜻하는 한자어 ‘마당 장(場)’이 결합된 말이다. 트랙이라는 영어의 흔적을 지우고 우리말로 기능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해석한 것이다. ‘육상’을 ‘륙상’이라 쓰고, ‘릴레이’를 ‘이어달리기’라 하며, ‘허들’을 ‘장애물달리기’라 부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명명법의 특징은 단순하다. 무엇을 하는 곳인가를 그대로 드러낸다. 달리는 곳이니 ‘달리기장’이다. 전문 용어의 세련됨보다는 직관적 이해를 택한 셈이다. 이는 체육을 일부 엘리트의 영역이 아니라 대중적 신체단련 활동으로 보는 북한식 인식과도 맞닿아 있다. 누구나 알아듣는 말, 그것이 정책적으로도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한은 해방 이후 ‘문화어’ 정책을 통해 외래어를 줄이고 우리식 표현을 확대해 왔다. 트랙이라는 국제 공용어 대신 달리기장을 쓰는 선택은 단순한 번역 문제가 아니다. 외래 문화를 경계하고, 자립적 언어 체계를 세우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말은 곧 체제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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