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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710] 북한 골프에서 왜 '파'를 '기준타수'라고 말할까

2026-03-01 07:10:13

북한 골프장에서 아이언 스윙을 하는 골퍼 [연합뉴스 자료사진]
북한 골프장에서 아이언 스윙을 하는 골퍼 [연합뉴스 자료사진]
골프 외래어 ‘파’는 영어 ‘par’을 음차한 말이다. 홀마다 정해놓은 기본 타수를 의미한다. par는 원래 ‘같은, 동등한’이라는 의미인 라틴어 ‘par’에서 나왔다. 같은 철자의 프랑스어를 거쳐 영어로 이어졌다. 영어에서 par는 오래전부터 ‘기준이 되는 상태, 평균 수준, 표준’이라는 뜻으로 쓰였다.

골프에서 par는 처음부터 ‘정해진 타수’라는 의미가 아니었다. 19세기 중반 영국 골프계에서는 한 홀이나 코스를 능숙한 선수가 무리 없이 치는 ‘표준 성적’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보기 점수(bogey score’와 혼용되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par는 ‘이상적인 기준 타수’를 의미하는 말로 사용했다. 19세기 말, 스코틀랜드의 세인트앤드루스를 중심으로 골프 규칙과 기록 체계가 정리되면서 par는 ‘한 홀을 정상적인 경기 조건에서 숙련된 골퍼가 치는 기준 타수’라는 의미로 공식화됐다. (본 코너 55회 ‘왜 ‘파(Par)’라고 말할까‘ 참조)
우리나라에선 일제강점기 때부터 파라는 말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1930년대 들어 골프 규칙서 등에서 파라는 말이 등장했다고 한다. 이 시기 대표적 공간이 바로 경성골프구락부인데. 이곳을 중심으로 영문 규칙서가 소개되고, 파 중심의 점수 개념이 확산됐다. 해방이후 1950~60년대 신문·잡지에서는 파라는 말이 일반화됐다. 이때부터 파는 설명이 필요 없는 기본 용어로 자리잡았다. 한국에서 파는 골프가 ‘놀이’에서 ‘기록 스포츠’로 바뀌는 과정 속에서 자리 잡은 용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에서 파는 ‘기준타수’라고 부른다. 기준타수는 한자어로 ‘基準打數’라고 쓴다. 그 홀에서 정상적으로 공략했을 때의 타수라는 뜻이다. 북한에서 ‘버디((birdie)’는 ‘기준타수보다 한 타 적게 친 것’, ‘이글(eagle)’은 ‘두 타 적게 친 것’이라는 식이다. ‘보기(bogey)’,·’더블보기(double bogey)’ 등도 마찬가지다. (본 코너 56회 ‘골프 용어 '보기(Bogey)'와 영화 '콰이강의 다리' 주제가 '보기 대령 행진곡'과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57회 ‘왜 ‘버디(Birdie)’라고 말할까‘, 58회 ’왜 '이글(Eagle)'이라고 말할까‘ 참조)
이런 표현 방식은 얼핏 딱딱하고 장황하게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한 스포츠 용어의 번역 방식 이상의 의미를 담는다. 언어를 통해 사물을 정확히, 뜻 그대로 전달하려는 태도가 반영된 것이다.

북한 사회는 오랫동안 외래어와 외국식 표기를 지양하고, 자국 고유의 표현으로 바꾸는 정책을 유지해 왔다. 스포츠 용어도 예외가 아니다. 북한의 골프 용어는 영어권 골프 문화에서 느껴지는 리듬감이나 속도감, 감정까지 고스란히 반영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떤 상황인지, 결과가 무엇인지가 명확한 표현으로 풀어 쓴다.

이런 표현 방식은 북한의 다른 스포츠나 사회 용어에서도 발견된다. 언어를 단순히 외국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개념 중심으로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언어 정책과 교육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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