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시 한국 마운드는 선발 손민한의 노련한 경기 운영을 시작으로 좌완 강속구 전병두, 메이저리그급 구위의 김병현, 변칙적인 투구 폼의 구대성, 땅볼 유도의 달인 정대현, 그리고 끝판왕 오승환까지 이어지는 완벽한 계투 작전을 펼쳤다. 이는 단순히 투수 교체 횟수를 늘리는 '물량 공세'가 아니라, 상대 타자의 타격 궤적과 타이밍을 완전히 붕괴시키는 정교한 수 싸움의 산물이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현 대표팀 역시 강력한 메이저리그 거포들이 즐비한 도미니카 타선을 상대로 이 같은 '유형별 맞춤 대응'을 재현해야 한다. 한 투수가 타순을 한 바퀴 이상 상대하기보다, 아웃카운트 하나를 위해서라도 구종과 투구 각도가 전혀 다른 투수를 투입하는 과감한 퀵후크가 필수적이다.
단판 승부로 펼쳐지는 토너먼트에서 '내일은 없다'는 각오로 모든 불펜 자원을 쏟아붓는 유연한 운용만이 도미니카의 파워를 잠재울 유일한 열쇠가 될 전망이다.
따라서 류현진이 선발로 나서야 한다. 그 이유는 도미니카의 폭발적인 화력을 잠재울 수 있는 압도적인 '노련함' 때문이다. 후안 소토, 타티스 주니어 등 힘 있는 타자들은 빠른 공에 강점이 있지만, 류현진처럼 구속의 가감과 보더라인을 활용하는 초정밀 제구력 앞에서는 평정심을 잃기 쉽다. 2006년 손민한이 시속 140km 초반의 공으로도 미국 타자들의 배트 중심을 비껴가게 했던 것처럼, 류현진의 체인지업과 커터는 상대의 강한 스윙을 무력화할 최적의 무기다.
특히 도미니카 타선은 초구부터 공격적인 성향을 띠는 경우가 많다. 류현진은 풍부한 메이저리그 경험을 바탕으로 상대 타자의 심리를 역이용하는 수 싸움에 능하다. 실점을 최소화하며 경기 초반 흐름을 넘겨주지 않는 '버티는 힘'은 단판 승부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류현진이 최소 3~4이닝을 노련하게 막아준다면, 이후 '벌떼 야구'의 발판이 마련된다.
류지현 감독이 2006년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한다면, 첫 단추는 반드시 가장 믿을 수 있는 베테랑이어야 한다. 류현진의 관록이 경기 초반을 지배하고, 뒤를 이어 각기 다른 개성의 투수들이 도미니카 타선의 타이밍을 뺏는 시나리오야말로 20년 전 애너하임의 기적을 재현할 유일한 승리 공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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