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가 한국인인 더닝은 어린 시절부터 불고기·김치와 스테이크·감자가 공존하는 식탁에서 자랐다. 억지로 하나를 택하지 않아도 됐던 그 식탁이 지금의 더닝을 만들었다. 두 문화를 모두 품은 채 그는 이번 2026 WBC에서 태극마크를 달기로 결단했다.
"어머니와 한국 가족의 나라를 대표하는 건 영광입니다." 도미니카공화국과의 준준결승을 앞두고 그가 밝힌 말이다. 대회 기간 아내와 두 자녀가 한국에서 외할머니와 처음 만남을 가졌지만 그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도 담담히 털어놨다.
반전은 호주전에서 찾아왔다. 7회 릭슨 윙그로브(브리즈번 밴디츠)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더닝은 그라운드를 향해 포효했다. "그 상황을 벗어나자 너무 흥분됐다. 정말 특별한 느낌이었다"는 말에서 억눌렸던 감정의 크기가 읽혔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류현진(한화 이글스) 등 MLB·KBO 스타들과 같은 유니폼을 입으며 서로 다른 야구 철학을 흡수하는 과정도 더닝에겐 이번 대회의 또 다른 수확이다. "스트레칭 동작 하나에서도 배울 것이 있다"는 그의 말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현재 2경기 2⅔이닝 ERA 6.75. 수치는 불안하지만 더닝이 그리는 큰 그림은 숫자 너머에 있다. 더닝은 "우리가 여기까지 올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도미니카는 어벤져스 팀이다. 하지만 우리는 최대한 멀리 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목표는 우승이다."라고 말했다.
17년 만에 8강에 오른 한국 대표팀 그리고 '같은 피'를 가슴에 품은 더닝의 도전이 이제 막 절정을 향해 달리고 있다.
[진병두 마니아타임즈 기자/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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