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이한 현상의 중심에는 야구를 '스포츠' 그 자체보다 '문화 콘텐츠'와 '놀이'로 소비하는 MZ세대의 유입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에게 야구는 기록과 승패의 전장이기 이전에, 친구들과 먹고 마시며 즐기는 '힙한' 놀이공원이자 자신이 지지하는 선수의 서사를 공유하는 팬덤 활동의 장이다.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어린 유망주가 실수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마치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처럼 즐긴다. 당장의 실책이나 수준 낮은 경기력에 분노하기보다, 선수의 캐릭터와 이야기에 열광하는 '팬덤 야구'가 1,200만 관중을 견인한 핵심 동력이다. 국제무대에서의 참패가 주는 충격보다 '내 선수'를 직접 보고 응원하는 즐거움이 더 큰 가치가 된 셈이다.
1,200만 관중이라는 숫자는 분명 축복이자 기회다. 그러나 이 사랑이 지속 가능한 미래가 되려면 구단과 리그는 팬들의 너그러운 시선 뒤에 숨어 안주해서는 안 된다. '아이돌 야구'의 재미도 중요하지만, 결국 스포츠의 본질적 가치는 수준 높은 경기력에 있다. KBO리그가 진정한 국민 스포츠로 롱런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열기에 도취될 것이 아니라, 무너진 육성 시스템을 복원하고 리그의 수준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리는 치열한 자성이 필요하다.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에 보답하는 유일한 길은 '보는 야구'의 즐거움을 넘어 '하는 야구'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뿐이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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