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어에서 champion은 11세기부터 사용됐으며, 1865년 영국 런던에서 복싱 경기룰인 ‘퀸즈베리 후작룰’이 공포된 후 복싱에서 이 말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헀던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나라 언론은 1960년대부터 챔피언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따르면 경향신문 1962년 1월23일자 ‘타이거選手(선수) TKO勝(승) 큐바「페 」君(군)과의10回戰(회전)서’ 기사에서 ‘영연방의 미들급 권투 챔피언인 나이지리아의 딕 타이거는 10회전의 6회에서 큐바의 프로렌티노 페르난데즈를 TKO로 물리쳤다’고 전했다. (본 코너 1300회 ‘복싱에서 왜 ‘챔피언’이라 말할까‘ 참조)
북한에선 챔피언 같은 외래어 대신 ‘우승자’, ‘최우수 선수’, ‘일등 선수’ 같은 표현이 선호한다. 이는 단순히 번역의 문제가 아니라, 언어를 통해 체제의 자립성과 문화적 독자성을 유지하려는 의도와 연결된다.
또 하나의 이유는 표현의 ‘명확성’이다. 챔피언이라는 단어는 맥락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지만, 우승자는 ‘경기에서 이긴 사람’이라는 뜻이 분명하다. 북한의 공식 언어는 선전과 교육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직관적인 표현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우승자는 보다 직접적이고 설명적인 단어다.
이러한 특징은 스포츠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북한에서는 외래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자국어로 바꾸는 경향이 전반적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국제 스포츠 기구인 ‘FIFA’를 ‘국제축구련맹’이라고 부르거나, ‘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를 ‘국제올림픽위원회’로 번역해 사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즉, 외래 개념을 수용하되 표현은 철저히 ‘우리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북한 매체는 국제 개인 경기에서 우승할 때,“우리 공화국 선수는 국제경기에서 당당히 우승자의 영예를 지니였다”, “그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제1위를 쟁취한 선수이다”, “경기에서는 우리 선수들이 련이어 승리를 거두며 최우수 선수들로 자랑떨쳤다” 등으로 보도한다.
북한에서 챔피언 대신 우승자를 사용하는 것은 단순한 어휘 선택이 아니라, 언어를 통해 체제의 방향성과 문화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하나의 방식이다. 북한의 언어는 정보 전달을 넘어,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와 질서를 반영하는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