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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749] 북한에서 왜 ‘스포츠팬’을 ‘체육애호가’라고 말할까

2026-04-09 07:43:01

 2022 항조우 아시안게임에서 북한 응원단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2 항조우 아시안게임에서 북한 응원단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스포츠팬’은 영어 ‘sport fan’을 음역한 말이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sport'의 어원은 고대단어 ’disport'로, 흥겹게 놀다는 의미였다. 중세 프랑스어인 ‘disporten'에서 앞부분이 떨어져 나가 ’sporten‘이 되었고, 현대 영어로 ’sport'가 됐다는게 중론이다. 지루하고 피곤한 일상에서 벗어나 기분전환을 하며 신나게 ‘논다’를 의미에서 나온 말이라고 할 수 있다. (본 코너 2회 ‘영어 'sport'는 왜 ‘체육’으로 번역되었을까?‘ 참조)

‘fan’은 어떤 대상에 지나치게 열광하는 사람이라는 뜻인 ‘fanatic’에서 나온 말이다. 이 단어는 라틴어 ‘fanaticus’에서 유래했다. 원래 뜻은 ‘신전에 속한 사람’, 즉 종교적 열광 상태에 있는 사람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의미가 종교에서 벗어나 “무언가에 강하게 빠진 사람”으로 확장됐고, 19세기 후반, 미국에서 스포츠 문화가 발전하면서 ‘fanatic’이 ‘fan’으로 줄어들어 지금의 ‘팬’이 됐다.

폴 딕슨의 미국야구사전에 따르면 스포츠팬이라는 말은 1883년 미국 야구 칼럼니스트 테드 설리번이 처음 사용했다. 우리나라에선 일본의 영향을 받아 일제강점기 때부터 스포츠팬이라는 말을 썼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의하면 조선일보 1934년 10월8일자 ‘추공일벽상양일(秋空一碧爽凉日) 모단대하(牡丹臺下)의장관(壯觀)’ 기사는 ‘【평양(平壤)】작보계속=관서체육회주최와 본사평양지국후원아래 륙일오전아홉시삼십분부터 평양부내 긔림리(기림리(箕林里))공설운동장에서 개최되엿든 제사회체육대회는 오천여관중의 박수환호성리에서 전반경긔를 원만 맛치엇다 대회장 조만식(조만식(曹晩植))씨로부터 각우승단체와 개인에게우승긔와 우승컴 우승『메탈』을 각기수여하고 오호일곱시이십분경 대지에는 검은장막이 가리우기 시작햇슬때에 관서체육회 만세삼참으로 원만히 막을다첫는데 남자정구(정구(庭球))에는 정원석(정원석(鄭元錫))한성춘(한성춘(韓成春))조가 련삼년 우승하엿슴으로 우승컴을 영구수여햇스며 녀자룡구(농구(籠球))에는 평양고녀(평양고녀(平壤高女))가 련삼년 우승하여 영예의 우승컴을 영구차지하엿다 중등륙상경긔에는 승중(숭중(崇中))이 우승하엿고 원래의 녕변숭덕(영변숭덕(寧邊崇德))이 선전햇다 녀자정구는 숭의녀교(숭의여교(崇義女校))리상긔,장인선(이상기(李尙基),장인선(張仁善))조가 결승전에 선전분패햇스며 녀자배구준결승전에서 정의녀고보(정의여고보(正義女高普))군 석패하여 운동장열사(열사(熱沙))에 눈물을 뿌리며 돌아서는등 실로『스포츠팬』이 아니면 알수업는 장면이 순차로 전개되엿스며 따라서 모교의 응원대를 울니고 웃기엿다’고 전했다. 이 기사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바로 ‘스포츠팬’이라는 표현이 이미 1930년대에 등장한다는 점이다. ‘실로 『스포츠팬』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장면’이라는 부분이다. 이는 스포츠팬이라는 말이 해방 이후 들어온 것이 아니라 일제강점기 대중문화와 함께 퍼진 외래어임을 보여준다.
북한에서는 스포츠팬을 ‘체육 애호가’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북한에선 해방이후부터 줄곧 ‘체육(體育)’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본 코너 1551회 ‘북한에선 왜 ‘스포츠’ 대신 ‘체육’이라는 말을 많이 쓸까‘ 참조)

특히 ‘애호가’라는 말에는 단순히 좋아한다는 의미를 넘어, 어떤 대상에 대한 애정과 헌신이 담겨 있다. 따라서 이 표현은 단순한 번역을 넘어, 스포츠를 대하는 태도까지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남한의 언어는 개방성과 실용성을 기반으로 빠르게 변화해왔다. 외래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새로운 문화와 개념을 표현하는 데 큰 제약이 없다. 팬이라는 단어 역시 스포츠뿐 아니라 연예,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사용되며 일상어로 자리 잡았다. 이는 세계화와 대중문화의 확산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흐름이다.

반면 북한은 언어의 ‘순수성’과 ‘주체성’을 강조한다. 외래어 사용을 줄이고, 기존의 한자어나 고유어를 활용해 새로운 표현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체육 애호가라는 표현은 이러한 원칙을 잘 보여준다. 북한에서의 체육 애호가는 보다 집단적이고 규범적인 맥락 속에서 이해될 가능성이 크다. 스포츠는 개인의 취미를 넘어 체제의 결속과 건강 증진, 나아가 국가적 자긍심을 고취하는 수단으로 강조되기 때문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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