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속씨름은 한자어 ‘민속(民俗)’과 순우리말 ‘씨름’의 합성어이다. 민속은 백성, 일반 사람을 뜻하는 ‘민(民)’과 풍속, 관습, 세속적인 삶의 방식을 의미하는 ‘속(俗)’이 합해진 말이다. ‘백성들의 풍속’, 다시 말해 특정 시대와 지역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며 자연스럽게 만들어온 생활 방식, 관습, 신앙, 놀이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용어는 동아시아 한자 문화권에서 오래전부터 쓰이던 말이다. 인터넷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민속이라는 말은 국역 70회, 원문 55회 등이 검색된다. 조선시대부터 사용했던 말임을 알 수 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학문적 의미의 민속은 근대 이후 형성된 개념이다. 특히 서구의 민속학(folklore)이 일본을 거쳐 번역되면서 민속이라는 말이 지금과 같은 의미—즉 전통적인 생활문화 전반—로 자리 잡았다. 정리하면, 민속은 단순히 옛날 것을 뜻하는 말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온 방식 자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래서 민속씨름이라고 할 때도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삶 속에서 형성된 문화라는 뜻이 강조되는 것이다.
1983년 출범을 알린 민속씨름은 그해 4월 14일 ‘제1회 천하장사씨름대회’가 장충체육관에서 개최된 것을 시작으로 대성황을 이뤘다. 특히, 민속씨름은 출범 당시에는 태백급, 금강급, 한라급, 백두급 4체급으로 시작했지만, 1987년 12월 태백급을 없앤 3체급으로 운영하다 1991년 5월에는 금강급까지 없애 백두급(100kg 이상), 한라급(100kg 이하)만 운영하고 단체전을 신설했다. (본 코너 1756회 ‘씨름에서 왜 ‘백두급’이라 말할까‘ 참조)
민속씨름 탄생 이후 씨름이 점차 인기를 더해가면서 일양약품, 보해양조, 럭키증권, 현대, 삼익가구, 부산조흥금고, 인천 등의 팀이 창단되어 합류하였다. 그러나 1997년 IMF 외환위기를 맞아 잇단 팀의 해체로 인해 점차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마지막 남은 현대 팀이 한국씨름연맹에서 회원 탈퇴를 하며 실업팀으로 전향함으로써 민속씨름을 관장하던 한국씨름연맹은 씨름단(회원단체)없이 단체만을 유지하게 되었다. 이후, 2017년 4월 대한씨름협회는 민속씨름위원회를 신설하고, 팀 창단을 통한 민속씨름 재건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민속씨름이라는 말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다. 그것은 씨름이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한국인의 삶과 정서, 공동체적 기억이 축적된 문화유산임을 상기시킨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이 표현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름을 부르는 방식은 곧 그것을 이해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민속씨름이라는 이름 속에는 우리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조용한 질문이 담겨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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