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주영은 선발 빌드업 과정에서의 부상 기억을 이유로 기습적인 불펜 전환을 반겼다. 매일 캐치볼을 하며 불펜 투수의 팔이 되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야구 의학적 상식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발상이다. 5~6일 주기로 철저한 루틴 속에서 가동되는 선발 투수와 달리, 마무리는 언제 등판할지 모르는 대기 상태와 이틀 연속 마운드에 오르는 연투를 필연적으로 겪는다. 따라서 불펜의 과부하를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오류다. 당장의 통증이 없다는 이유로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를 무시하는 것에 불과하다.
현대 야구에서 풀타임 선발로 뛰며 10승 이상을 담보할 수 있는 좌완 투수는 '부르는 게 값'일 만큼 희소 가치가 높다. 손주영은 지난해 11승을 거두며 LG 선발진의 확고한 상수로 자리 잡았다. 이런 선수를 고작 1이닝을 막는 마무리로 돌리는 것은 자원 낭비다. 150이닝 이상을 책임지던 에이스를 50이닝 남짓 소화하는 구원 투수로 소모하는 것은 전력의 명백한 마이너스다. 눈앞의 승리를 탐내다 리그 최고 수준의 좌완 선발 자원을 잃어버리는 꼴이다.
15일 SSG전에서 손주영은 시즌 두 번째 세이브를 수확했다. 그러나 야구계 전문가들과 팬들은 환호 대신 우려를 표했다. 등판하자마자 실책과 볼넷으로 무사 1, 2루 위기를 자초하는 등 불펜 투수 특유의 빠른 영점 조절에 애를 먹는 모습을 여실히 노출했기 때문이다. 경기 후 손주영이 밝힌 짜릿함과 희열은 잦은 연투와 압박감이 주는 누적 피로에 비하면 잠시 스쳐 지나가는 아드레날린의 착시일 뿐이다.
손주영의 헌신적인 마음가짐 자체를 폄하할 수는 없다. 그러나 팀의 10년 대들보가 되어야 할 좌완 선발 투수가 당장 부진한 불펜진의 소방수로 소모되는 현실은 명백한 '소탐대실'이 될 수 있다. 설사 마무리로 좋은 성적을 낸다해도 그렇다. LG가 2연패를 못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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