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론 이 감독의 고집에도 명분은 있었다. 이번 시즌 아시아 쿼터 시장에서 투수를 택한 구단 중 재미를 본 곳은 한화와 LG 정도를 제외하면 전무하다시피 했다. 타 구단들이 영입한 투수들이 부진으로 잔혹사를 쓰면서, '쓸 만한 투수 매물이 없다'는 시장의 한계는 명확했다. 레전드 3루수 출신인 이 감독이 리스크가 큰 투수 대신 내야 수비 안정화로 눈을 돌린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선택의 결과는 처참했다. 호주 대표팀 주전 유격수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제리드 데일은 34경기에서 무려 9개의 실책을 남발하며 내야를 초토화했고, 타율도 빈타에 허덕이며 팀의 거대한 짐으로 전락했다. 데일이 부진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사이 오히려 국내 신진급 내야수들이 준수한 활약으로 공백을 메우면서 이 감독의 야수 육성 안목은 체면을 구겼다.
시라카와는 이미 KBO리그에서 검증을 끝낸 확실한 카드다. 최근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마치고 돌아와 독립리그 5경기(25이닝) 동안 1승 1패, 평균자책점 1.08, 탈삼진 34개를 기록하며 완벽한 몸 상태를 증명했다. 리스크로 가득했던 다른 아시아 쿼터 투수들과 달리, 당장 KIA 마운드의 과부하를 해결해 줄 가장 확실한 즉시 전력감이다.
이 감독의 '방향 선회'가 KIA의 여름 레이스에 어떤 반전을 가져올지 주목된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