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823] 바둑에서 왜 ‘악수(惡手)’라고 할까](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6240428560413605e8e941087118222121234.jpg&nmt=19)
인터넷 조선왕조실록에서 악수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나오지 않는다. 이는 악수라는 말이 조선시대부터 널리 쓰인 바둑 전문용어가 아니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우리가 쓰는 악수를 비롯해 ‘승부수(勝負手)’, ‘자충수(自充手)’, 같은 용어들 가운데 상당수는 근대 이후 한자 문화권에서 정리·보급된 용어일 가능성이 높다. (본 코너 1819회 ‘바둑에서 왜 ‘승부수’라 말할까‘, 1820회 ’바둑에서 왜 ‘자충수(自充手)’라 말할까‘ 참조)
우리나라 언론은 악수라는 말을 일제강점기 때부터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24년 6월3일자 ‘저포회사유망(苧布會社有望)’ 기사는 ‘충남홍산저포주식회사(忠南鴻山苧布株式會社)는대정육연도(大正六年度)에부여군유지김종흡외제씨(扶餘郡有志金鍾翕外諸氏)의발기(發起)로현대경제계(現代經濟界)에출몰(出沒)하는간상배(奸商輩)의악수(惡手)를방어(防禦)하고당지특산(當地特產)의저포판로(苧布販路)를확장(擴張)코자만흔혈헌(頁獻)이잇섯스며현금경제계(現今經濟界)에는일대규모(一大規模)의회사(會社)가되얏다더라(서천(舒川))’라고 전했다. 이 기사는 적어도 1924년에는 악수(惡手)가 이미 일반 한자어로 사용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바둑판에서의 착수(着手)만이 아니라, 넓게는 ‘좋지 않은 방법’, ‘나쁜 계책’이라는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표현은 동아시아의 전통 바둑 문화와도 관련이 있다. 중국과 한국, 일본의 바둑 용어에는 수를 단순한 기술적 선택이 아니라 가치 판단의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좋은 수는 ‘호수’, 훌륭한 수는 ‘묘수’, 승부를 결정짓는 수는 ‘결정타’에 해당하는 ‘급소’ 등으로 표현한다. 악수 역시 그런 맥락에서 탄생한 용어다. 수 자체에 선악의 개념을 부여한 것이다.
또한 악수라는 말에는 교훈적인 의미도 숨어 있다. 바둑은 한 수 한 수가 쌓여 전체 국면을 만든다. 당장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이는 착점도 시간이 지나면 형세를 무너뜨리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바둑 고수들은 “악수는 한 번 두면 끝나지만, 그 대가는 끝까지 따라온다”고 말한다. 악수라는 표현이 단순한 실수보다 더 무겁게 들리는 이유다.
오늘날 ‘악수’는 바둑판을 넘어 일상 언어로도 널리 쓰인다. 정치, 경제, 스포츠는 물론 개인의 선택에 대해서도 “그 결정은 악수였다”라고 말한다. 이는 바둑이 우리 문화 속에서 얼마나 깊게 자리 잡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원래는 바둑 용어였지만, 이제는 잘못된 선택이나 불리한 판단을 뜻하는 일반 명사로 확장된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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