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위가 회복세를 보이자 어김없이 머리를 들고 있는 '선발 복귀론'은 당장의 1승에 눈이 멀어 미래를 갉아먹는 소탐대실에 불과하다. 시속 150km를 뿌리는 좌완 파이어볼러는 지옥에서라도 모셔와야 할 귀한 자원이 맞지만, 제구 밸런스가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시 무거운 선발 중책을 맡기는 것은 선수를 또 한번 사지로 밀어 넣는 행위다.
과거의 잔혹사를 돌이켜봐야 한다. 데뷔 직후부터 이어진 과도한 이닝 소화와 잦은 대표팀 차출, 그리고 제구 난조로 인한 투구 수 폭증은 결국 수술대라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수술과 재활을 거쳐 이제 겨우 짧은 이닝을 소화하며 구위를 끌어올리고 있는 투수에게 또다시 선발 보직이라는 과부하를 더하는 것은 구단의 관리 부재를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다.
KIA가 미래의 100승을 원한다면 눈앞의 1승에 대한 유혹을 철저히 뿌리쳐야 한다. 남은 시즌 엄격한 투구 수 제한 속에서 안전하게 마무리를 짓게 한 뒤, 군 문제까지 깔끔하게 해결하며 몸 상태를 리셋하도록 돕는 것만이 10년을 책임질 에이스를 지켜내는 유일한 길이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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