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자랜드는 13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 SK와 6강 플레이오프(PO) 3차전에서 연장 끝에 91-88,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역대 프로농구 PO에서 6위 팀의 사상 첫 3연승의 쾌거였습니다.
사실 전력에서 SK의 우세가 예상됐던 PO였습니다. 정규리그 3위인 데다 신장에서 전자랜드보다 월등했습니다. 코트니 심스(206cm), 김민수, 최부경(이상 200cm), 박승리(198cm), 박상오(196cm) 등 장신들이 즐비했습니다.
포웰은 팀내 최다 27점에 9리바운드 9도움의 트리플더블급 활약을 펼쳤고, 이현호는 알토란 같은 17점에 4리바운드 3도움의 쏠쏠한 존재감을 과시했습니다. 이들이 없었다면 전자랜드가 과연 이길 수 있었을까요?

경기 후에도 둘은 진한 우정을 과시했습니다. 기자회견실에 차바위(15점)와 함께 들어온 둘은 티격태격했습니다.
감격의 승리가 확정된 뒤 포웰은 팬들의 환호에 답하는 과정에서 눈물을 설핏 보였던 모양입니다. 이에 대한 질문에 나오자 포웰은 "왓(What)?"이라며 시치미를 뗐습니다. 옆에 있던 이현호가 "너 걸(girl)이잖아"(여자처럼 울었다는 뜻)라며 놀려댔죠.

이현호는 일단 "주장 역할을 잘 한다"고 운을 뗐습니다. 그러나 "미울 때도 있다"고 고자질합니다. 너무 승부욕이 강해 질 때면 불같이 화를 내 팀 분위기를 자칫 망칠 때가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곧바로 칭찬 일색. 이현호는 "경기 시작 전에 다같이 어깨동무하고 한 형제처럼 지낼 수 있게 하는데 외국인이 그러기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경기를 잘 하고 못 하고를 떠나서 그런 게 중요하다"면서 "가족보다 더 우리와 많이 접하고 챙겨준다"고 엄지를 치켜세웁니다.
포웰도 "지금이 내 농구 인생의 최고의 순간"이라고 화답했습니다. 이어 "경기 후 구단주께서 라커룸에 와서 '어린 선수 이끌고 온 모습 감사한다'고 했는데 차바위, 김지완 등 선수들을 신인 때부터 만났다"면서 "전자랜드는 이들의 성장한 모습을 보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팀이었다"며 뿌듯한 감정을 드러냈습니다.

이현호는 그러나 쿨하게 넘깁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이현호는 "포웰이 다른 팀에 가면 내가 막을 텐데 상대하기 쉽다"고 도발했습니다. 이에 포웰이 "그러면 내가 50점을 넣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더군요.
그렇다면 누가 더 주장 역할을 잘 했을까요?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이현호는 포웰을 잘 이용할 줄 안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습니다. 감정의 기복이 심한 포웰을 이현호가 잘 구슬린다는 겁니다. 일단 전 주장이자 현 플레잉코치가 한 수 위인 셈이 아닐까요?
이날은 서양에서 꺼리는 '13일의 금요일'이었습니다. 이 질문이 나오자 포웰은 "미신을 믿지 않는다"고 일축했습니다. 옆에 있던 이현호는 "오늘이 포웰 딸의 첫 번째 생일"이라고 귀띔합니다. 미신을 개의치 않는다지만 다행히(?) 13일의 금요일이 아닙니다. 미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현지 시각으로는 12일이기 때문입니다.
구단 역사상 최고의 경기를 펼치고 있는 전자랜드. 그 중심에는 과거와 현재의 주장이 있는 게 분명합니다. 영화의 대사가 절로 떠오릅니다. "오! 캡틴! 마이 캡틴!"

경험이 많은 전 주장 이현호는 친절하게 기자를 위해 뽀뽀를 하는 포즈를 취하려고 했습니다. 이에 포웰은 질겁을 하며 물러납니다. 둘의 접촉(?)은 없었지만 뜨거운 우정만큼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피부 색이 달라도 형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습니다. 문경은 SK 감독은 경기 후 "전자랜드는 진짜 팀다운 팀"이라고 부러워 했습니다.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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