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정구(52) 전 WBC 라이트플라이급 챔피언의 선수시절 얘기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선수가 있다. 바로 라이벌 오하시 히데유키(50)다.
현 일본프로복싱협회(JPBA) 회장인 오하시는 장 전 챔피언의 11차(86년 12월), 15차(88년 6월) 방어전 상대였다. 당시 장 전 챔피언은 11차 방어전에서 5회 TKO승, 15차 방어전에서 8회 TKO승을 거뒀다. 특히 오하시에게 15차 방어전(일본 동격 고라꾸엔)은 치욕적이었다. 홈팬들의 응원 속에서 설욕을 별렀지만 7번이나 다운을 당하며 쓸쓸히 링을 내려왔기 때문이다.
장 전 챔피언이 오하시 회장과 돈독한 사이가 된 계기가 있을까. "오하시가 일본에서 체육관을 운영하는데, 제자들한테 자기가 7번 다운당한 경기 영상을 보여주는 거에요. 이 시합에 권투의 모든 것이 들어가 있다면서. 저 같으면 안 보여줍니다. 오하시는 정말 멋진 사람입니다."
오하시 회장은 장 전 챔피언에 두 차례 패한 후 체급을 내렸고, 2년 후 마침내 세계챔피언에 등극했다. 90년 2월 최점환을 9회 KO로 꺾고 WBC 스트로급 챔피언이 된데 이어 92년 10월 최희용을 누르고 WBA 미니멈급 챔피언벨트마저 거머쥐었다. 오하시 회장은 훗날 "장 전 챔피언에 두 번 패한 경험 덕분에 절치부심해서 세계챔피언에 오를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지난 2011년 프로복싱 한일 신인왕 대항전이 24년 만에 부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링 위에서 '적'이었던 두 사람은 이제 한일 복싱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그리고 백발이 될 때까지 이들의 우정은 계속될 것이다. CBS노컷뉴스 문수경 기자 moon03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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