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31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 대한항공의 2015~2016 NH농협 V-리그 남자부 4라운드는 전혀 다른 의미에서 팬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경기 도중 대한항공의 외국인 선수 파벨 모로즈가 주심을 향해 손가락 욕설을 하는 듯한 동작이 TV중계에 잡히며 도마 위에 올랐다.
결국 한국배구연맹(KOVO)은 모로즈의 행동에 공식 경고를 내렸다. 유니폼 속의 손가락 모양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는 만큼 경고 수준에서 징계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후 모로즈는 잠시 얌전해진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모로즈는 특유의 큰 세리머니를 포기하지 않았다.
모로즈가 약 한 달 만인 27일 다시 수원체육관을 찾았다. 김종민 대한항공 감독은 “우리 팀을 이끄는 최고 긍정의 힘이 바로 모로즈”라며 “일부러 상대를 향한 세리머니만 조심하라고 일러뒀다. 본인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동작이 큰 선수라 세리머니를 하면서 몸을 돌리다 보니 오해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지난 경기의 기억이 남아서였을까. 모로즈는 이날 경기에서 큰 동작의 세리머니를 유독 자제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마치 머리카락을 잘린 삼손의 모습이랄까. 모로즈는 양 팀 최다 27득점하며 제 몫을 했지만 이상하리만큼 인상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26득점의 얀 스토크와 19득점의 전광인이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한국전력의 3-1(22-25 25-16 25-23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세터 강민웅의 다양한 공 배분에 서재덕(10득점)과 우상조(7득점)의 공격까지 더해 기분 좋은 승리를 챙겼다.
경기 후 밝은 표정으로 만난 한국전력의 신영철 감독은 “오늘처럼만 해주면 항상 기분이 좋을 것 같다. 재미있는 경기를 하자고 했는데 정말 잘했다”고 활짝 웃었다. 이어 “상위권에 있는 팀들이 우리나 KB(손해보험), 우리카드에 잡히면 치명타가 될 것”이라며 남은 시즌 치열한 순위 싸움의 ‘고춧가루부대’를 자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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