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신술이라는 말은 조선왕조실록을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일본식 한자어이다. ‘도울 호(護)’, ‘몸 신(身)’, ‘재주 술(術)’자가 합성된 단어로 자기의 몸을 보호하기 위한 무술이라는 뜻이다. 영어로는 ‘self-defense martial art’라고 번역해 부른다. 무술에서 호신술이라는 개념은 유도 등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19세기 말 등장한 유도는 일찍이 호신술로 많이 활용됐다. 유도의 최초 도장인 일본 강도관은 남자는 물론 여자 보호를 위해 일상 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경우를 가정해 만들어진 호신법을 배우도록 했다.
태권도가 세계화된 종목으로 자리잡으면서 호신술은 태권도의 장점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2019년 국기원 발행 ‘태권도 용어사전’에 따르면 태권도 호신술은 태권도 기술로 몸을 보호하기 위한 수련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태권도 기술을 활용하여 위협적인 상대방ㅇ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한 수련 방법이라는 것이다. 다양한 위기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상대방을 제압하고 자기 몸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한다.
손자병법에서 ‘백번 싸워 이기는 것은 최선 중의 최선이 아니고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선 중에서 최선’이라고 말한다. 호신술은 실전적으로 싸워 이기는 것보다 싸움을 가급적 막아 심각한 피해를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래 전 미국에서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는 사범이 권총을 든 강도와 맞싸우다 총에 맞아 치명상을 당했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이처럼 태권도 실력을 믿고 총기에 대항하는 것은 호신술이라고 할 수 없다. 호신술은 위험을 만나지 않는 것이 최상이며 만약 위험에 봉착할 경우 가급적 피해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위험에 대해 저항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호신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호신술은 일정한 틀이 없다. 상대와 상황에 따라 달라 다양한 방법의 기술이 필요하다. 한 손으로 단순히 밀어 내거나 넘어뜨리는 것에서부터 전문적인 기술로 상대의 급소를 가격하는 등 고난이도의 기술 등이 있다. 중국 병법 36계략에서처럼 도망가는 것이 최고의 호신술일 수 있다. 상대와 싸움을 붙지 않고 상황에 따라 도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때 쓰는 방법이다. 하지만 세상 일은 그리 생각 먹은대로 되지 않는다. 태권도 호신술이 현대 사회에서 주목받는 것은 이런 테크닉과 마음의 자세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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