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언론에서 ‘태권도 시범(跆拳道 示範)이라는 말을 처음 보도한 것은 1957년 11월21일자 조선일보 2면에서였다. 이 때 보도된 기사는 태권도 시범 광경을 보이는 사진과 함께 ’육군본부에서는 이십(二十) 일하오일(一)시부터 본부장병이 모인 가운데 태권도(태권도(拳道))유도 검도등 삼(三) 종목에 걸친 무도시범대회를 개최하였다. 이날 동시범대회에는 각 부대에서 선발된 일(一)백여명의 선수들이 각 경기에서 시범과 실기를 보여줌으로써 장병에 대한 무도정신을 고취하였다‘라고 전했다. 당시는 태권도라는 말이 처음 등장했던 때로 태권도 시범이 군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원래 시범이라는 말은 한자어이다. 시범은 ‘보일 시(示)’자와 ‘법 범(範)’자의 합성어이다. 모범을 보인다는 뜻이다. 시범은 체육, 무예 등 몸으로 하는 종목에서 지도자가 학습자에게 설명을 할 때 동작을 곁들이며 보인다는 뜻으로 쓰였다.
2019년 국기원에서 출간한 ‘태권도용어사전’에 따르면 태권도 시범이란 태권도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일체의 행위라고 정의한다. 태권도 기술을 바탕으로 품새, 겨루기, 격파 등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일체의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다. 태권도 시범은 태권도가 무엇인지 알려주거나 수련자가 자신의 기량을 뽐내기 위한 목적 등에 따라 창의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
무술은 아무리 이론이 뛰어나더라도 말로만 설명해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각종 무술 사범 등은 무술이 어떤 것일지를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수련자들은 시범을 보며 연습을 하게 된다. 높은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따라하도록 하는 것이 시범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시범 종목이라고 할 때는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정식 종목에 대비되는 말이다.
태권도 1988 서울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시범종목으로 채택되었다.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도 시범종목으로 참가하여 태권도의 우수성을 과시했다. 2000 시드니올림픽에는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영어로 시범종목은 ‘Demonstration event’, 정식종목은 ‘Official event’이라고 말한다.
시범 종목이라고 말할 때는 정식 종목이 아니고 단지 한시적으로 경기를 치르되 정식에 대비되는 개념이라는 의미이다. 이때는 종합전적 또는 메달 등과 관계없이 경기가 이루어진다. 시범 경기의 또 다른 호칭은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태권도 전시 종목이 그것이다.
태권도는 시범단을 통해 전세계에 태권도의 우수성을 알리기도 한다. 한국의 대표적인 시범단은 세계태권도연맹 시범단, 국기원 시범단들이 있다. 세계태권도연맹 시범단은 지난 9월 미국 방송 NBC의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인 '아메리카 갓 탤런트(America's Got Talent)'의 결승 무대에 올라 큰 관심을 모았다. 시범단은 태권도는 격투기에 그치지 않고 평화와 희망을 전달하는 스포츠로서 전쟁과 재해로 어려움을 겪는 많은 젊은이에게 태권도를 통해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는 내래이션과 함께 공연을 펼쳤다. 시범단은 수많은 역경에도 서로 협력해 희망을 잃지 않는다는 주제로 한 치 흐트러짐 없는 품새와 화려한 공중 동작을 선보이고 여러 개의 송판을 잇달아 격파하며 관객을 압도했다.
시범의 종류는 단독시범과 단체시범으로 나뉜다. 단체는 시범단 시범과 매스 게임식 시범, 무용시범으로 다시 구분된다. 메스 게임식 시범은 1972년 6월 16일 제1회 전국스포츠 소년체육대회 개막식에서 첫 선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