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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철의 레저이야기] 올림픽 불꽃은 꺼졌는데, 내 뇌는 왜 이리 찜찜할까?

‘개별적 관람’의 아쉬움을 ‘병오년’의 주체적 질주로 바꾸는 법

2026-02-23 10:22:40

폐막식 참석한 한국 선수단 / 사진=연합뉴스
폐막식 참석한 한국 선수단 / 사진=연합뉴스
○ 축제는 끝났는데, 왜 마음은 허전할까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의 성화가 꺼졌다. 빙판 위를 가르던 스케이트 날, 음악에 맞춰 이어지던 피겨의 연기, 마지막 딜리버리에 숨이 멎을 듯 집중했던 컬링의 순간, 설원을 가르며 질주하던 스키의 궤적까지. 우리는 각기 다른 종목 속에서 저마다의 긴장과 환희를 경험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던 선수들의 표정이 아직도 선하다. 우리는 응원했고, 함께 웃고, 함께 아쉬워했다.

그런데 막상 대회가 끝난 뒤 마음이 묘하게 비어 있다. “재밌게 봤는데 왜 이렇게 허전하지?” “뭔가 빠진 느낌이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 감정은 단순한 기분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뇌와 관련이 있다.

○ 편리해진 시청 환경, 그러나 약해진 ‘함께의 힘’

이번 대회는 특정 방송사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주로 중계되었다. 우리는 원하는 경기만 골라 보고 하이라이트만 빠르게 소비할 수 있었다. 이동 중에도, 잠들기 전에도 경기를 볼 수 있었다. 기술은 분명 편리했다.

하지만 뇌의 입장에서 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우리 뇌에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면 마치 내가 직접 하는 것처럼 반응하는 체계가 있다. 피겨 선수가 점프에 성공하면 우리도 모르게 몸이 들썩이고, 쇼트트랙에서 넘어질 때 함께 움찔하는 이유다. 이 반응은 특히 많은 사람이 동시에 같은 장면을 볼 때 더 강해진다.

월드컵 거리 응원을 떠올려 보자. 낯선 사람과 얼싸안고 소리 지르던 순간, 우리는 단순히 경기를 본 것이 아니라 감정을 함께 만들어냈다. 아파트마다 같은 환호가 터지던 밤, 그 에너지는 화면을 넘어 몸으로 전해졌다.

이번 올림픽은 어땠는가. 우리는 각자의 방에서,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조용히 경기를 시청했다. 댓글은 달았지만 어깨를 부딪치며 뛰지는 않았다. 공감은 있었지만 흩어져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열심히 응원했음에도 어딘가 덜 채워진 느낌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함께 환호할 때 우리 몸에서는 신뢰와 유대를 강화하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혼자 보는 관람은 그 강도가 약하다. 축제가 있었지만 광장의 뜨거움은 상대적으로 약했던 이유다.

○ 우리는 너무 오래 ‘관중’으로 살고 있지 않은가

올림픽 이후의 공허함은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요즘 너무 오래 관중석에만 앉아 있지 않은가.
짧고 강한 영상, 하이라이트 클립, 실시간 스트리밍은 즉각적인 즐거움을 준다. 문제는 이런 자극에 익숙해질수록 일상의 자극은 점점 싱겁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5분짜리 영상은 계속 넘기면서 20분 걷는 일은 미루게 된다. 계단 오르기는 귀찮지만 쇼트 영상은 끝없이 이어 본다.

우리는 “영상을 보며 쉬었다”고 말하지만, 뇌는 끊임없이 자극을 처리하느라 피로해진다. 그래서 화면을 오래 본 날일수록 더 무기력해진다. 수동적 소비는 휴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뇌를 강하게 만들지 못한다.

○ 병오년, 이제는 달릴 차례다

2026년은 병오년, 붉은 말의 해다. 말은 달릴 때 가장 아름답다. 멈춰 서 있으면 체온이 떨어지지만 달릴 때 근육이 살아나고 혈액이 돈다. 우리 뇌도 같다.

남이 질주하는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직접 움직일 때 뇌는 새로워진다. 배드민턴 라켓을 쥐고 셔틀콕을 쫓아 뛰는 순간, 숨이 차오르고 다리가 무거워질 때, 우리는 단순히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 뇌는 “나는 해냈다”는 기억을 저장한다. 여러 번 실패 끝에 성공한 한 번의 스윙, 30분 걷고 난 뒤 느끼는 상쾌함은 오래 남는다. 이런 경험이 쌓일수록 뇌의 연결망은 단단해진다. 결국 뇌는 ‘보는 것’보다 ‘하는 것’에서 더 크게 성장한다.

○ 이제는 정책이 달라져야 한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왜 우리는 쉽게 운동화를 신지 못할까. 의지 부족만의 문제일까.

뇌는 기본적으로 에너지를 아끼려 한다. 운동 시설이 멀고, 예약이 번거롭고, 비용이 부담되면 가장 쉬운 선택을 한다. 소파에 앉아 스마트폰을 보는 것이다.

그래서 개인의 노력만 강조해서는 부족하다. 환경이 바뀌어야 한다.

첫째, ‘슬세권 레저 인프라’ 확대가 필요하다. 집에서 5분 거리 안에 가볍게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동네 공터의 캐치볼 존, 소규모 배드민턴 코트,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다목적 운동 공간이 촘촘히 배치되어야 하고 쉽게 예약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생활체육을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뇌 건강 정책’으로 인식해야 한다. 신체 활동은 치매 예방, 우울 감소, 스트레스 완화와 직접 연결된다. 이는 의료비 절감과도 이어진다. 레저는 사치가 아니라 사회적 투자다.

셋째, 모두를 위한 접근성이 중요하다. 장애 유무, 연령,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보행 약자를 위한 동선 설계, 청각·시각 보조 시스템이 갖춰진 공공 체육 공간은 공동체 신뢰를 높이는 기반이 된다.

넷째, 학교와 지역 사회가 연결된 생활 스포츠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아이들은 어릴 때 경험한 움직임을 평생 기억한다. 어릴 적 운동장에서의 추억이 성인이 되어서도 몸을 움직이게 한다.

○ 올림픽 이후, 우리의 선택

올림픽 성화는 꺼졌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이라는 경기장은 여전히 열려 있다.

우리는 계속 관중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직접 필드로 내려갈 것인가.

이번 주에 단 한 가지 실천을 해보자. 화면을 끄고 30분 걷기. 집 주변 1km 안에서 내가 땀 흘릴 수 있는 공간 찾기. 친구와 가볍게 캐치볼을 해도 좋고, 혼자 공원을 걸어도 좋다. 중요한 것은 내 심장이 실제로 뛰는 경험이다.

남의 승리에 박수치는 삶도 의미 있다. 그러나 내 삶의 경기에서 한 번쯤은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병오년의 붉은 말은 달리는 사람을 태운다. 멈춰 있는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뇌의 주권은 알고리즘이나 방송사에 있지 않다. 개인의 선택, 그리고 사회의 환경에 달려 있다. 이제 관중석에서 내려와 당신만의 필드로 걸어 나오자. 그리고 우리 사회 역시, 국민이 쉽게 달릴 수 있는 트랙을 만들어야 한다.

당신의 뇌는 이미 질주할 준비를 마쳤다.

[김기철 마니아타임즈 기자 / 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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