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라는 말은 원래 한자어이다. ‘준한 준(準)’과 ‘갖출 비(備)’자가 합쳐진 말이다. 준비라는 말은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되고 있지만 실은 앞으로 일어날 것으로 알고 있는 것에 대해 필요한 물건을 준비하거나 태세를 정돈하는 의미를 갖는다. 일어날지 모르는 사태에 미리 대처한다는 뜻이다.
비(備)자는 사람 인(人)자와 쓸 용(用)자, 화살 시(矢)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갑골문에 나온 비(備)자를 보면 화살집에 화살이 담겨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화살집에 화살이 담겨있다는 것은 이미 전쟁준비를 마쳤다는 뜻이다. 금문에서는 여기에 사람 인(人)자가 ㄱ더해지 면서 지금의 비(備)자가 만들어졌다.
태권도 구령 동작으로 쓰이는 준비라는 말은 영어로는 한국어 발음 그대로 ‘joon-bee’라고 쓴다. ‘ready position’이라는 뜻으로 한국어를 영어에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태권도를 배우는 외국인들에게는 ‘차렷(chah-rut), 경례(kyung nae), 기합(kihup), 시작(si-jak)’ 등과 함께 즐겨 듣는 말이다. (본 코너 577회 ‘태권도에서 왜 ‘차렷’이라는 말을 쓸까‘, 578회 ’왜 태권도에서 ‘경례(敬禮)를 할까’, 579회 ‘태권도는 왜 '기합(氣合)'을 넣을까’ 참조)
태권도에서 준비라는 말을 구령으로 사용하게 된 것은 용어의 한글화 작업에 의해서였다. 1945년 해방 이후 태권도 용어는 제대로 된 명칭이 없었다. 태권도 자체도 당수도(唐手道) 또는 공수도(空手道)로 불렸다. 일제 강점기의 영향으로 일본식 무술이름을 그대로 썼다. (본 코너 557회 ‘‘태권도(跆拳道)’에서 ‘태권’은 어떻게 생긴 말일까‘ 참조) 1961년 대한태권도협회가 생기면서 일본식 한자어를 정비하면서 태권도 용어가 한글화되기 시작했다. 1969년 제1차 기술용어 발표를 거치고 1972년 국기원이 제 2차 용어정비 고유어화 과정을 겪은 뒤 1987년 국기원이 제3차 용어정비를 해 품새 외 15개 기술 용어가 지금의 모습으로 변경될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준비를 비롯한 여러 구호 등이 한글로 통일될 수 있었다.
태권도 준비자세는 기본 동작, 발차기 준비, 격루기 준비, 격파 준비 등이 있다. 태권도는 어떠한 본 동작에 들어가기 전에 준비 동작을 취한다. 준비 동작은 본 동작을 하기 전에 마음의 자세를 동작으로 표현하는 자세이다.
이경명의 태권도용어사전에 따르면 “준비자세는 하나의 엄숙의식이다. 이때의 자세는 태극의 상태이다. 수련을 시작하기 전에 마음을 텅 비운 상태는 무극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준비서기를 취할 때의 마음 자세를 퇴계의 심법(心法)으로 설명한다. 처음 태권도를 배우는 사람들에게는 외모를 다스려 바르게 하고 엄숙히 하는 것을 중히 여겨 정제하고 엄숙한 자세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신과 동작이 일치가 되는 게 태권도 준비 동작이 추구하는 원리라는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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