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803] 수영 ‘자유형(自由型)’은 왜 ‘영(泳)’ 대신 ‘형(型)’을 쓸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2-09-17 07:57
한국 수영 간판 황선우가 자유형 50m서 역영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 수영 간판 황선우가 자유형 50m서 역영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수영 종목은 평영, 배영, 접영, 자유형 등 4개로 나뉜다. 자유형만이 유독 한자어로 ‘모형 형(型)’를 쓴다. 모양을 의미하는 말이다. 나머지 3종목은 ‘헤어칠 영(泳)’으로 표기한다. 자유형만이 ‘영’이 아닌 ‘형’을 쓴 이유는 수영 역사와 관계가 깊다. (본 코너 800회 ‘왜 ‘수영(水泳)’이라고 말할까‘ 참조)

수영 자유형 종목은 1896년 아테네올림픽부터 있었다. 원래 경기 종목으로서 수영은 누가 물에서 가장 빨리 가느냐를 겨루는 것이었다. 아테네올림픽 당시에는 참가 선수들이 인류가 가장 오래동안 해온 평영으로 경기를 했다. (본 코너 801회 ‘왜 ‘평영(平泳)’이라 말할까‘ 참조)
하지만 아테네올림픽 이후 역사가 오래된 평영보다 빠른 배영이 등장하며 다음 대회인 1900년 파리 올림픽에서 배영을 새로운 종목으로 채택했다. 전통있는 평영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 (본 코너 802회 ‘왜 ‘배영(背泳)’이라 말할까‘ 참조)

이후 크롤(crawl)이라는 새로운 영법이 등장하면서 자유형은 이 방법으로 경기를 하는 선수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자유형으로 평영을 선택하는 선수들이 없어지고, 대부분 크롤링으로, 배영은 백크롤링으로 경기를 하는 선수들이 많아졌던 것이다. 이에따라 1904년 세인트루이스 올림픽에서부터 평영이 사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식 종목으로 결정했다. 새로운 수영법을 독립시키기보다는 평영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 자유형은 평영을 유지하기 위해 배영, 평영, 크롤 등으로 세부 영법을 파생시킨 셈이다. 자유형으로부터 수영 영법이 생기게 된 것이다.

자유형에서 대부분 크롤 영법을 선택하지만 드물게는 다른 영법을 선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속도에서 다른 영법이 뒤지기 때문에 자유형에선 크롤영법이 대세가 됐다. 자유형은 영어 명칭은 ‘freestyle swimming’을 번역한 일본식 한자어이다. ‘스스로 자(自)’, ‘말미암을 유(由)’, ‘모형 형(型)’자가 합성된 자유형은 형(型)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경기 방식이라는 의미이다. 현재 일본에선 자유형이라는 단어에 ‘모형 형(型) 대신 ‘모양 형(形)’을 쓰기도 한다.

크롤링 영법을 많이 쓰는 자유형은 ‘크롤 스트로크(crawl stroke)’라고 부르기도 한다. ‘crawl’은 '배꼽으로 나아가기', '포복', '걷기'라는 뜻이다. 아기가 아장아장 걷을 때 쓰는 단어이다. 자유형에서 힘이 넘치고 멋진 영법인 크롤의 어원은 의외로 귀엽고 재미있는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짐승이 네 발로 포복하듯 기어가는 형상을 일컫었던 것이다.
크롤 영법이 탄생한 것은 18세기 후반이다. 크롤 영법은 1844년 영국 런던에서 북아메리카 원주민인 웨니시카 웬비(나는 갈매기)와 사바(담배)의 시연을 통해 서방 세계에 처음 알려졌다. 팔을 어깨 위로 들어 올려 휘저으면서 번갈아 발차기하는 영법을 구사한 이들 원주민은 평영을 한 영국 선수들을 제치고 1, 2위를 차지했다. 이를 본 영국인들은 놀라긴 했지만 ‘신사답지 못하다’ ‘유럽인답지 않다’며 노골적인 거부감을 드러냈다. 기괴한 짐승의 몸짓(grotesque antics)이란 반응도 있었다. 30년 넘게 잊힌 크롤은 1875년 영국의 한 수영대회에서 변형된 형태로 재등장한다. 남미 원주민으로부터 크롤 영법을 배운 영국 수영선수 존 트러젠이 크롤의 팔 동작과 평영의 발차기를 접목한 것이었다.

크롤 영법이 대중화된 데는 호주 수영 명문인 캐빌 가문의 공로가 크다. 도버해협 횡단에 도전해 유명해진 영국 수영선수 출신으로 호주로 이주한 프레드릭 캐빌과 여섯 아들로 이뤄진 캐빌가(家)는 현대 수영에 크롤 영법과 접영을 도입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미국 수영선수 찰스 대니얼스(1885~ 1973)는 이 영법으로 1904년 세인트루이스올림픽과 1908 런던올림픽 수영 자유형에서 금메달 4개 포함, 모두 7개 메달을 휩쓸었다. 당시 올림픽은 평영, 배영, 자유형 3개 종목으로만 구성됐는데 모든 영법으로 경쟁이 가능한 자유형에서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줬다.

우리나라 언론에선 일제 강점기시절부터 자유형이라는 말을 썼다. 조선일보 1926년 1월22일자 ‘수영세계신기록(水泳世界新記錄)’기사는 ‘스위텐』의유명(有名)한수영선수(水泳選手)『알네뽀루구』는십사일(十四日)『그릴란드』에서거행(擧行)한경영회(竸泳會)에서사백사십마자유형(四百四十碼自由型)으로사분오십육초사분삼(四分五十六秒四分三)의신기록(新記錄)을지엇는데종래세계기록(從來世界記錄)보다도사분일초단축(四分一秒短縮)한것이더라(그릴란드발전(發電))’이라고 전했다.

수영 자유형은 현재 남자 50, 100, 200, 400, 800, 1,500m, 여자 50, 100, 200, 400, 800m 종목이 열린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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